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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Oct 25. 2022

4살 5살 남매만 있는 집에 낯선 사람이 문을 두드렸다

둘째에게 나가면 안된다고 꼭 안아주며 설명해주는 첫째


평소에 고작 4살 5살인 아이 둘만 놓고 다닌 적은 없지나는 아이가 스스로 걸어 다닐 수 있을 때부터 종종 미아방지 교육, 문단속 교육을 했다.

엄마 친구가 문 열어 달라 하면 어떡할 거야?


안 열어줄 거야. 네가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 사 왔다고 열어달라고 하면? 그래도 안 열어줄 거야. 제일 좋아하는 간식을 사 오면? 그래도 안 열어줄 거야.


몇 번을 확답을 받고는 질문을 마치고는 했지만, 확신은 없었다. 첫째라 봐야 고작 5살인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과 간식을 뿌리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에서였다.


그러던 어느 날 둘째가 차에 두고 온 인형을 가져다 달라고 졸랐다. 울면서 조르는 터에,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는 차에 인형을 가지러 갔다.(물론 집 바로 앞에 차가 세워져 있어 2분이면 다녀오는 거리였다.)


인형을 가지고 집에 들어가려다 문득 조금 재미있는 장난이 떠올랐다. 굵은 목소리를 내며 아이 둘만 남아있는 집에 문을 두드렸다.

 엄마 친구인데 문 좀 열어줘

쪼르르 달려와 문을 열어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아무 소리도 없었다. 못 들었나 싶어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장난감 사 왔어. 엄마 친구야."

여전히 대답이 없다. 그렇게 서서 1분가량 문을 열어달라고 하다가 걱정이 되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제야 아이들이 쪼르르 뛰쳐나오며 뿌듯한 목소리로 첫째가 말한다.


둘째가 문을 열러 주려 했는데 내가 못하게 했어.


좀 더 자세히 상황을 보고 싶은 마음에 거실에 있는 cctv를 돌려보고는 벅찬 마음이 든다.

내가 문을 두드리자 둘째가 엄마 아니야? 하며 달려 나가려 한다. 첫째는 그런 둘째를 "가로막으며" 꼭 안아준다. "엄마가 아닐 수 있어. 열어주면 안 돼." 나 긴장한 목소리였다.


이후로도 내가 여러 번 두드리자 첫째는 둘째의 "눈을 맞추며" 열어주면 안 되라고 여러 번 말한다. 그런 첫째의 눈은 꽤나 진지하다. 그 상황이 꽤나 긴장되던지 주먹을 꽉 쥐고, 두 눈은 커질 대로 커진 아이는 끝까지 둘째를 챙긴다.


그제야 고작 5살 아이에게도 첫째이기에 주어진 책임감이라는 무게가 있나 싶어, 고마움과 미안함이 몰려온다.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고, 동생을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 돌이켜 보면 어렸을 적, 첫째인 나도 늘 마음 한편에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이날은 나의 첫째가 누구보다 커 보였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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