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둥아리 Nov 24. 2023

1학년 담임교사가 1학년 학부모님들에게 드리는 당부

입학식날

1학년 담임으로서 3월 입학 이후 지금까지의 소감을 누군가 묻는다면, 말 그대로 '감개무량'이다.


3월 2일 입학식에서 아이들을 만난 첫날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강당에서 입학식이 끝나고, 잠시 우리 반을 소개하기 위해 아이들과 교실로 갔었다. 교실로 들어오기 위해 실내화를 갈아 신는 것부터 난관이었던 것 같다. 교실에 들어가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미션과도 같았다.


신발을 벗고, 실내화를 신고, 신발을 실내화 주머니에 넣고, 실내화 주머니를 자신의 번호를 찾아 정리하고, 반으로 들어오기까지의 이 일련의 과정은, 학교에 처음 입학한 아이들에게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입학식 이후부터 자기 자리를 찾아 자리에 앉기, 줄 서기, 사물함 이용하기, 화장실 가기, 보건실 찾아가기, 가위질하기, 등등 입학 초기 적응활동만 한 달이 넘도록 지속한 것 같다. 그리고 약  9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 반 아이들은 단 한 명도 빼놓지 않고 모두 어엿한 초등학생이 되었다. 물론 이 과정이 순탄했던 아이도 있었고, 꽤나 힘들었던 아이도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의 수월한 학교 생활 적응을 위해서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학부모님들에게 알려드리면 좋을 것들을 생각해 보았다. 현 1학년 담임교사로서 누구보다 생생하고 날 것 그대로의 조언을 드릴 수 있다는 마음에서 준비했다.




학교 안에서 만나는 1학년은 상상했던 것보다 어리다. 그래서 1학년 학부모님들에게, 혹은 예비 초등학생 학부모님들에게 내 아이가 1학년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는 간단한 팁을 드리고자 한다.


1. 부디 매일 아이의 가방을 열어 아이의 알림장과 가정통신문을 확인해 주세요.

-1학년 초반에는 생각보다 신청해야 할 것, 제출해야 할 것, 확인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각종 동의서와 준비물 등) 물론 아이가 스스로 챙기고 필요한 것은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1학년 아이들을 직접 경험해 보니, 1학년 학기 초에는 스스로 학교 준비물이나 숙제를 챙기기 힘든 친구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일하는 부모님이시라면, 퇴근하시고 늦은 저녁에라도 꼭 아이의 가방을 열어 가정통신문이나 알림장을 확인해주셔야 합니다. 준비물이나 숙제 등을 제출하지 못하거나 늦는 경험이 여러 번 반복되면, 전반적인 학교 생활에서 아이의 자신감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2. 학교에는 장난감이나 먹을 것을 가져오지 않도록 해주세요.

-이 부분은 유치원도 마찬가지였겠지만, 학교에서는 더욱 엄격히 지켜주셔야 합니다. 아이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아주 작은 일로도 친구에게 마음이 상하고 관계가 틀어지게 됩니다. 또한 초등학교 1학년부터는 유치원 시기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교우관계가 중요해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사탕을 가져와서 몇 명에게만 주면, 마음이 상하는 아이, 더 먹고 싶은 아이, 사탕을 먹으면 안 되는 아이 등 수많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학교에는 불필요한 개인의 물건을 갖고 가지 못하도록 지도해주셔야 합니다.(하지만 아무리 주의를 주어도 1학년 학기 초에는 인형, 사탕, 장난감 등 수많은 물건이 여기저기서 등장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3. 스스로 입고 벗을 수 있는 옷과 신발만 입혀주세요. 

-유치원과 달리 학교는 대부분 학급당 인원수가 많습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학급 운영에 시간적 여유가 적기 때문에, 한 명 한 명 신발을 신겨주거나 옷을 입혀줄 시간이 부족합니다. 단추가 너무 많은 옷, 끈이 쉽게 풀어지는 옷, 스스로 신을 수 없는 신발 등은 지양해 주세요. 아이들이 그런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쏟게 되면, 자신이 챙겨야 할 정말 중요한 것들을 놓치게 됩니다. 특히 학기 초에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익힐 것들이 많기 때문에 더욱이 익숙하고 편한 옷과 신발을 준비해 주세요.

(+더불어 유치원 시기와 달리 남녀의 구분이 명확해지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여학생들은 너무 짧은 치마를 입지 않도록 하고, 치마를 입을 경우 반드시 속바지를 착용해야 합니다.)


4. 대소변 후 뒤처리, 우유 여는 법, 젓가락질하는 법을 알려주세요.

-아마 유치원에서는 보조선생님이 계시는 곳도 많아, 대소변 뒤처리를 도와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서는 정말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담임교사가 대소변 뒤처리를 도와주지 않습니다. 또한 모든 학교에서는 우유가 나오므로 아이들이 스스로 우유를 열어 먹을 수 있도록 알려주시면 좋습니다. 급식에서도 뚜껑을 열어야 하는 주스나 간식이 많이 나오므로 이 또한 연습시켜 주시면 좋습니다.(하지만 현실은 뚜껑 있는 주스가 급식에 나오는 날이면, 선생님 손은 시뻘게집니다. 이 와중에 뚜껑을 열 수 있는 학생이 선생님을 도와 친구들 뚜껑을 준다면, 그날 아이들 사이에서 빛나는 아이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학교에는 유아용 젓가락이 없으므로, 쇠젓가락 연습을 반드시 시켜주셔야 합니다. 아직까지도 종종 젓가락질이 서툰 아이들은 손으로 반찬을 집어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학부모님들은 놀라시겠지만 실제로 국을 손으로 퍼먹는 아이도 1학년에는 종종 있습니다.)




교사이기 전에 6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학교 입학 전에 위의 네 가지를 스스로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또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것이 또 우리 아이들이다.


부모님들이 초등학교 입학 전, 입학 후에 옆에서 도와주신다면 아이들이 좀 더 수월하게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만한 것들을 간단히 적어보았다. 그러나 혹시나 입학 전에 완벽하게 위의 것들을 못한다고 너무 속상해하거나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단지 권장사항일 뿐, 돌이켜 보면 우리 반 아이들도 처음에 위의 네 가지를 모두 완벽히 할 수 있었던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나가는 지금은 어렵지 않게 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교실에서 선생님의 물건이 없어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