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는 생각보다 분실인지 도난인지 모를 사건들이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학교 및 교실에는 cctv가 거의 없기 때문에 잃어버린 물건을 되찾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것이 선생님들이 항상 자신의 물건에는 이름을 적고, 잃어버리면 절대 안 되는 물건은 학교에 가져오지 않는다고 교육하는 이유이다.
발령을 받고 2년이 안되던 초임시절이었다. 당시 3학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던 나는 아이들에게 줄 간식을 담은 통을 내 책상 위에 놓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단지 책상 위에 있으면 필요할 때 바로바로 꺼내서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 내 머릿속에는, 아이들이 내 간식통에 손을 덴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통 안의 사탕이 '이상하게' 줄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뒤, 우연한 계기로 “한 아이”가 내 사탕 통에 손을 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혼자 급식실에서 일찍 돌아온 날이면 교실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사탕을 가져간 것이다.
한동안은 믿었던 아이들에 대한 약간의 배신감과 실망감에 혼산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그리고 주변의 선배선생님들이 가방이나 지갑, 간식통 같은 것들을 잘 관리하라고 주의를 줬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사탕 사건이 있고, 며칠 지나지 않아 "정말 큰 사건"이 발생했다. 교실에 두었던 내 지갑이 사라진 것이다. 처음엔 어디 있겠지 하며 찾던 것이, 한참을 찾아도 안 나오니 내 의심은 커져만 갔다.
퇴근 30분 전, 의자 사이에 끼어있던
내 지갑을 발견했다.
진분홍색의 그 지갑을 마주하는 순간, 나는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죄책감을 마주했다. 이 지갑을 찾지 못했더라면, 나는 내일부터 우리 반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근거 없는 의심으로 어떤 아이에게 진심을 다하지 못하진 않았을까.
선배교사들이 물건을 잘 챙기라고 건넸던 말들은, 단지 아이들을 믿지 못해서만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불필요한 시험에 들지 않도록 하는 배려였고, 아이들에 대한 교사들의 믿음을
지켜내기 위한 하나의 약속 같은 것이었다.
책상 위에 놓인 사탕은 고작 10살의 아이들에게 얼마나 참긴 힘든 유혹이었을까. 애초에 그런 참을 수 없는 유혹을 제공하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나는 교실에 어떤 간식통이나 지갑도 아이들의 눈에 띄는 곳에 놓지 않게 되었다. 물론 그럼에도 이따금 반에서는 도난 혹은 분실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진 것이 있었다. 나의 의심이나 불신이었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겠지만,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라고 생각한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지 않는 관계 속에서는 진정한 배움이나 가르침도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1학년 교실에는 아이들이 잃어버린 물건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우리 반 교실에는 결코 잃어버린 사람의 후회와 속상함만 있을 뿐, 잃어버린 사람의 의심이나 불신은 없다. 학기 초에 나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는 물건은 가져오지 않을 것, 가져왔으면 잃어버렸을 때의 책임은 내가 질 것." 물론 그 규칙에 가장 첫 번째로 철저하게 해당되는 사람은 바로 나, 선생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