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두 여자 아이가 나란히 운동장에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서로 머리도 만져주고 볼도 쓰다듬어 준다. 평소에도 친했던 아이들이지만 이 날따라 유독 애틋하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저렇게 애틋한지 궁금해서 나도 모르게 두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A: “우리 당분간만 떨어져 지내자.”
B: (슬픈 표정)
A: “엄마가 당분간 우리 둘이 떨어져서 놀지 말랬어. “
B: “그래 오늘까지만 놀자..”
<이 대화는 8살 두 여자아이의 대화입니다.>
나는 두 아이의 대화를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웃을 뻔했다. 잠시 떨어져 지내자는 말이 8년도 안 산 아이의 입에서 나오다니. 귀엽기도 어이없기도 하다.
자세한 이유가 궁금해진 나는 A에게 물었다.
선생님: “엄마가 둘이 놀지 말랬어? 왜?”
A: “네, 저희가 요즘 자주 싸웠거든요. 휴…“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이 둘은 학교에서도 워낙 친한 사이라 같이 보내는 시간이 긴 만큼, 실제로 갈등도 잦은 편이다. 하지만 내가 우연히 본 두 아이의 애틋한 장면처럼,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좋아한다.(한 명이 알림장 쓰는 게 늦어지면 대신 청소를 해주기도 하고, 미술 만들기를 어려워하면 직접 나서 도와주기도 한다.)
물론 나도 두 아이의 부모이기 때문에, 내 자식의 잦은 싸움이 걱정되는 A부모님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나는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하교 후 전하는 말들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앞뒤 맥락이나 상황에 대한 자세한 묘사 없이 전해 듣는 아이의 말에는 그 순간의 감정만 담겨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한 학기가 넘도록 지켜본 1학년 아이들은, 우리 생각보다 더 자주 싸우고, 또 금방 잊고, 또다시 논다.
체육시간이었다. 피구 경기를 하다 두 여자 아이가 감정이 상했다. 일단은 경기 중이라 넘어가고, 체육 시간이 끝난 뒤 그 둘을 불렀다. 두 아이는 손을 잡고 달려온다. “아까 싸운 거 아니야? 왜 싸웠어?”
“저희 싸웠어요? 괜찮은데? “ 웃으며 해맑게 대답한다.
어이가 없어진 나는, 그래 너희가 괜찮으면 가보라고 말했다.
8살의 싸움은 깨끗하다. 어른들의 싸움에는 돈, 명예, 자존심, 이런 것들이 걸려있다면 아이들의 싸움에는 단지 서운함, 부끄러움, 미안함 이런 것만 걸려있기 때문일까. 서운함이 풀어지면, 부끄러움이 사라지면, 미안함을 표현하면, 이내 싸움은 끝난다.
그러니 1학년 학부모님들, 너무 걱정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