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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Sep 14. 2023

학교가 꼭 오고 싶어야 하나요?

아이들이 너무 사랑하는 체육시간

얼마 전 유퀴즈에 한 선생님이 나왔다. 시골 작은 분교에서, 전교생 7명과 생활하는 선생님. 누가 봐도 좋은 선생님, 행복한 학생들로 보인다.


제작진이 한 아이에게 묻는다.


"학교가 왜 좋아요?"

"다양한 체험을 해서요"


물론 아이가 학교를 좋아하게 된 데는 다양한 체험 이외에도 여러 요소들이 작용했을 것이다. 인자하고 다정한 선생님, 1대 1에 가까운 상호작용, 맛있는 급식 등.


그러나 나는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이런 유퀴즈를 비롯한 몇몇 선생님들이 출연하는 TV프로그램이 사람들에게 좋은 선생님, 좋은 학교에 대한 암묵적인 기준을 만드는 것 같다는 우려이다.


매체에서 보여주는 좋은 학교, 좋은 선생님이란,

<아이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한 명 한 명의 상황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선생님>, <신기하고 재미있는 체험들로 가득해서 지루할 틈 없는 학교 수업>이다.

얼핏 누가 봐도 좋아 보이지만, 사실 이런 것들은 일반적인 학교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지금껏 내가 학교 현장에서 만난 많은 선생님을 보면, TV나 유튜브에 출연하는 분들처럼 화려한 수업을 하거나 다채로운 학급 운영을 하지는 않지만, 수많은 좋은 선생님들이 계신다. 그런 좋은 선생님들은 정규교육과정을 정석대로 꼼꼼히, 찬찬히 가르친다. 매일매일 한 명 한 명과 소통하지는 않지만, 소외되는 누군가 없는지 언제나 예의주시한다. 나는 그런 묵묵히 정도를 걷는 선생님들의 평가가 가치절하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이내 좀 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학교는 꼭 오고 싶어야 하는가?
학교는 반드시 즐거워야 하는가?


돌이켜 보면, 나는 학창 시절 내내 학교가 엄청 재미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냥 보통의 아이들처럼, 주말이면 일요일이 느리게 지나가기를 바랐고, 방학이면 이 방학의 끝이 천천히 다가오길 바랐다. 한 번도 학교에 가는 것이 기다려지고, 학교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물론 학교에 가는 것이 죽도록 싫거나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나는 학교란 이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학교에는 분명 어렵고 힘든 일들이 있다. 하기 싫은 공부도 해야 하고, 어려운 문제도 풀어야 한다. 종종 지루한 시간들도 있다. 그러나 가끔은 좋아하는 수업, 재미있는 활동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언제나 매일은 아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반드시 학교에서 경험해야만 하는 것들 아닌가?


학교는 예비사회화 기관이라고 말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진짜 사회로 나아가기 전, 연습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사회는 어떠한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일들만 가득한 곳인가? 내가 하고 싶은 일, 재미있는 일만 하는 곳인가? 내가 무슨 일을 해도 나를 언제나 응원해 주고 칭찬해 주는 사람들만 가득한 곳인가?


그러므로 학생들은 사회에 나오기 전 분명히 배워야만 한다.

하기 싫어도 하는 법, 잘 못해도 노력하는 법, 재미없어도 인내하는 법,

또 그 속에서도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는 법,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찾아오는 즐거움을 충분히 즐기고 만족하는 법, 이런 것들을 배워야 한다.




1학년 담임을 하다 보니 이런 연락을 종종 받는다.

"선생님, OO이가 어제 숙제를 못했는데, 선생님한테 혼날까 봐 무섭다고 아침에 울었네요."

"선생님, OO이가 OO수업은 너무 어려워서 못하겠다고 하네요."

"선생님, OO이는 A가 놀려서 속상하다고 하네요."


요즘 부모님들은 학교나 교실에서 아이가 조금이라도 속상하거나 슬프면 큰일이 나는 줄 아는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은 교실에서 결코 즐겁기만 할 수는 없다. 자신이 잘못한 일에는 혼이 나기도 하고, 자신 없고 지루한 수업을 들으며 힘들어보기도 해야 한다. 친구가 놀리면 속상하지만 스스로 대처해보기도 하고, 원하는 것이 있다면 부끄러움을 참고 선생님에게 와서 직접 말할 줄 알아야 한다.


학교는 원래 재미있기만 한 곳은 아니다. 그러니 언제나 오고 싶을 수만은 없다. 다만 학교는 재미있기도 한 곳, 오고 싶을 때도 있는 곳이다.


나는 그래서 항상 3월이면 이런 다짐으로 새 학년을 시작한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것이 절대 싫지 않도록 만들어야겠다.
그러나 결코 매일 재밌고 즐거운 학교가 되게 만들 자신은 없다.


분명 오늘 친구들에게 장난감을 던져 혼이 난 아이는, 집에 가서 속상하고 슬프기도 할 것이다. 내일은 어쩌면 학교에서 나를 만나는 것이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겠다. 또 체육 시간에 너무 장난을 쳐서, 체육 수업이 통째로 날아간 어떤 날에는 화가 나고 답답하기도 할 것이다. 일주일에 고작 한두 번 있는 체육시간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또한 아이들이 배워야 할 시간이라고 나는 믿는다.


정말로 당신은 학교란 너무나 오고 싶은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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