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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Feb 11. 2024

5살 아들이 좋아하지 않는 과자를 고른 이유

아이들이 좋아하기엔 야채가 너무 많이 그려진 과자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듯, 우리 아이도 과자를 사랑한다. 평소에 못 먹게 해서 그런지, 과자에 대한 사랑은 나이를 먹을수록 커져만 간다.


이번 설에는 외할머니집과 여행이 계획되어 있었다. 여행이니만큼, 아이들과 장을 보러 큰 마트에 갔다. “그리고 각자 먹고 싶은 과자 하나씩만 골라.”하고 말하자 아이들은 신이 났다. 사실 마음대로 고르라고 하지만, 무엇을 고를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아이들의 최애 과자: 자갈치, 고래밥, 초코송이, 칸쵸


선택의 시간이 흐르고, 역시나 아이들 손에는 자갈치가 들려있다. 그렇게 장을 보고 집으로 가려는데, 큰 아이가 어떤 과자 앞에 서서 한참 동안 쳐다만 보고 있다. 평소라면 사주지 않았을 텐데, 사달라고 조르지도 않고 가만히 서있는 모습에, “하나 더 사고 싶어?”라고 물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과자를 하나 더 들었는데, 고른 과자가 요상하다. 이름만 들어도 아이들이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은 과자다. “야채크래커”

분명 우리 아이가 좋아하지 않는 과자이지만, 더 이상 묻지 않고 알겠다고 사주었다.


그리고 외할머니를 만나는 날! 아이는 오랜만에 만난 외할머니를 부둥켜안고 좋아하다가, 갑자기 그 요상한 과자를 건넨다. 할머니를 주려고 샀다며.


그제야 이해가 간다. 유방암에 걸려 평소 우리 집에 와서도 고기는 일절 먹지 않고 야채 위주로 먹던 아픈 할머니를 생각했던 모양이다. 야채로 만든 크래커이니 할머니도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정말 놀러 와서도 고기를 구워 먹는 우리 틈 사이에서, 버섯이며 상추, 파프리카만 먹는 할머니. 그리고 그 옆에 가지런히 놓인 야채크래커가 오늘은 어떤 음식보다, 어떤 과자보다 달콤해 보인다.


자주 아이는 어른보다 깊고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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