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은 급식시간에 돌아가며 내 앞자리에 앉는다. 모두가 내 앞에 앉고 싶은 것은 아닐 테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내 앞에 앉고 싶어 한다.
실제로 고정좌석이던 때, “아 나도 선생님 앞에 앉고 싶다!”라고 외치는 아이가 꽤나 많았다.(믿지 않을까 봐 부연설명을 한다.)
그날은 11번 학생이 내 앞에 앉는 날이었다. 그런데 의자에 앉고 앞을 보니 다른 학생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순서가 아닌데 내 앞에 앉은 그 아이는 오늘 전학을 가는 아이였다.
알고 보니, 11번 아이가 전학을 가는 아이에게 자기 자리를 양보한 것이었다.
선생님이 시켜서도 아니고, 전학생의 부탁도 아니었다. 이제 8살 된 아이의 자발적인 행동이었다. 그 어떤 작별 편지보다, 그 어떤 작별 포옹보다 마음이 따스하게 전해지는 헤어짐의 인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날 나는 이 아이의 선행을 참을 수가 없어, 아이의 부모님에게 칭찬이 가득한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지라, 이 사실을 부모님이 알면 얼마나 행복할지 상상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날, 그 11번 아이 덕분에, 전학을 가던 아이도, 나도, 부모님도 잊지 못할 만큼 유독 따뜻한 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