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의 성향은 극과 극이다.
첫째 아들은 누가 봐도 MBTI “I”로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 둘째 딸은 언제 어디서든 가장 목소리가 크고 주위에 항상 친구를 끌고 다니는 MBTI “E”. 둘이 이렇게나 달라도 남매 사이는 꽤 좋아서, 어디를 가든 붙어 다닌다. 둘이 함께 다닐 때를 보면, 주로 목소리가 큰 딸이 오빠를 데리고 다니는, 혹은 끌고 다니는 느낌이 들곤 한다.
그러다 하루는 키즈카페에 갔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딸이 오빠 손을 잡아 어디를 이끈다. 그렇게 한참을 놀다 초등학교 2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딸을 일부러인지 실수로 인지 치고 지나갔나 보다. 딸은 아프다며 울먹였다. 지켜보던 나는 괜찮냐며 달래주러 가려는 찰나, 아들이 어디론가로 걸어간다.
먼저 남에게 말을 잘 걸지 않는, 그 아들이 누군가에게 가서 말을 한다.
내 동생을 치고 지나갔는데, 사과해 줄래?
정작 누가 자기를 치고 갈 때인, 제대로 말도 못 하던 아들이 동생을 대신해 말을 한다. 자기 머리통 한 개보다 큰 형을 올려다보며, 말을 한다. 형은 자기 머리통 한 개만큼 작은 아들을 내려다보며 어이없어한다.
하지만 형 앞을 막아선 이 아이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이는 것을, 나도 알고, 초등학생 형도 알고, 우리 딸도 알겠다.
그 형은 한숨을 푹 쉬고는, 딸에게 다가와 스치듯 지나가며 툭 뱉고 간다. “야, 미안해.”
딸은 언제 울었냐는 듯이 누군가를 보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겨우 한 살 많은 오빠를 보며, 그렇게 웃는다.
그 순간 엄마인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괜찮아? 놀다 보면 그럴 수 있어.“같은 뻔한 말. 혹은 ”네가 직접 가서 아프다고 말하고 사과받아야 해.“같은 성가신 말뿐일 텐데. 오히려 한 살 많은 오빠는 이럴 때 동생에게 최고의 보호자가 된다.
오빠가 없는 나는, 예전부터 그렇게 오빠를 갖고 싶어 했다. 그럴 때면 오빠 있던 친구들이 하나같이 한숨을 쉬고 혀를 차며, 네가 생각하는 오빠 같은 건 없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원하던 오빠가 내 옆에 있다. 내 오빠는 아니지만, 내 딸의 오빠로 있다.
그날 멀리서 내 아들을 보며 속으로 100번은 외쳤던 것 같다. “멋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