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미 스토리텔러 Nov 22. 2024

야생동물 친화적 환경


제가 사는 주택가 바로 옆에는 긴 산책로가 있습니다.

여러 개의 차로를 지나다 보니 일부는 다리로 만들어 도로 위를 지나가지만 일부는 도로 아래 터널로 지나가는 곳도 있습니다.



다리나 터널형태로 이루어진 곳 모두 차로를 건너기 위해 신호등을 기다리지 않고 산책이나 자전거 타기, 달리기 등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꽤 유용합니다.

우리 집 반려견 태극이 또한 이곳을 자주 이용하여 옆 동네 축구장도 가고 산책로 중간에 있는 넓은 잔디밭에서 뛰어다니며 놀기도 합니다. 



그런데 터널 위를 자세히 살펴보면 돌붙임이 있는 벽과 차로 사이에 폭 1.5m 정도의 공간이 있는 게 보입니다. 

터널 옆으로는 경사로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산책로 위와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나무나 화초등을 관리하기 위해 있는 길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야생동물들을 위한 길로 보입니다. 

토끼나 다람쥐들이 지나다니고 산책길에 가끔 야생 코요테와 만나는데 걔네들이 이용하는 듯합니다.

사람도 중요하지만 야생동물 친화적 디자인 같아 아이디어가 돋보이네요. 



어제 아침 산책길에 만난 초록 앵무새입니다.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녘, 주로 쌍으로 여러 커플이 함께 날아다니는데 정말 요란한 소리를 냅니다.

공원에 있는 나무 열매를 따 먹는데 오늘은 이 나무가 선택받았네요. 



비둘기들 또한 나란히 나란히 담 위에 앉아 쉬는 듯 보입니다.

가로등 위에는 크지 않은 매가 앉아있는데 사냥을 준비하는 걸까요?

화려한 깃털, 날카로운 발톱, 그리고 모든 걸 꿰뚫어 볼 거 같은 눈이 매섭네요. 



오늘 아침에는 넓은 잔디밭에서 우르르 모여있는 새들을 만났습니다.

이 새들은 주로 바닷가에 살며 제가 발보아 비치에서  만났던 새 같은데 왜 내륙의 잔디밭까지 왔을까요?

먹이를 찾아 단체이동을 한 듯 보입니다만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이유불문, 아침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신기한 단체 새들 모습에 사진 찍기 바쁩니다. 



무성한 풀 속에 있는 숨은 그림 찾기를 하셨나요?

오늘 아침에는 산책하던 태극이가 자꾸 언덕을 향해 올라가려고 해서 왜 그러나 했더니 후각이 발달한 진돗개가 잠자는 코요테 냄새를 맡아서 그랬더라고요.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는데 자세히 보니 자신의 몸색깔과 비슷한 풀 속에서 따뜻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자고 있는 코요테를 발견하였습니다. 

산책로 바로 옆 언덕이라 사람들과 반려견들의 소음도 들릴 텐데 저렇게 잠을 잘 자네요. 

저도 코요테를 절대 깨우고 싶지 않아 조용히 사진만 찍고 지나갔습니다.



집에 거의 도착할 때쯤, 또 다른 코요테와 직면했습니다.

인도에 서로 마주 보며 대치상태로 맞닥트려 당황했었는데 용감한 우리 태극이는 코요테에게 달려들려는지 자꾸 으르렁거리며 리드줄을 씹어대더군요. 

다행히 오늘은 남편이 아침산책에 동참했기에 흥분하는 태극이를 끌고 반대편 인도로 건너와서 진정시켰습니다. 

코요테는 '이 길은 내가 가던 길이니 너네가 비켜라.'라는 분위기를 풍기고 뒷발로 털을 벅벅 긁으며 우리가 비켜주길 기다립니다. 

그 와중에 저는 사진과 영상을 촬영했고요. 


오늘 아침에는 제가 사파리 관광을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새들과 두 마리의 야생 코요테를 만나는 날이 일반적이지는 않으니까요.

사람들이 사는 주택가 바로 옆이 이렇게 야생동물 친화적 환경이라 다양한 경험을 합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https://brunch.co.kr/@mjkang99/240#comments

 


매거진의 이전글 캘리포니아 OC 산 호아킨 습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