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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미 스토리텔러 Jun 09. 2023

야생 동물들의 동네 방문

동네 산책을 하다 보면 익숙하지 않은 생명체, 즉 야생 동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토끼들은 풀을 뜯어먹다가 깡충깡충 뛰는 모습이 참 귀엽고요.

다람쥐들은 담 위에 앉아 솔방울을 열심히 까고 있는 모습이 재밌지만 가끔 저와 반려견을 경계하는 듯 꼬리를 흔들며 바라보면 좀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하늘을 활강하다 나무에 내려앉는 독수리들은 맹금류답게 당당하고 우아한 자태를 뽐냅니다.

잔디밭에서 달팽이들을 주워 먹는 백로와 왜가리들은 긴 다리로 모델처럼 캣워킹을 합니다.


동네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낮시간 동안 숙면을 취하던 올빼미들도  보게 되는데 동그란 눈이 사냥감을 찾기에 안성맞춤으로 생겼네요.

가끔 초등학교 쓰레기 통을 탐색하는지 너구리를 보게 되는데 생김새는 귀엽지만 성질은 사납고 위험하다고 하네요.

저도 겨우 두 번밖에 목격하지 못한 주머니쥐(possum)는 생김새부터가 정이 안 가고 날카로워 보이는 이를 드러내며 하악거려서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야생 동물 중 하나랍니다.

 

제일 빈번하게 마주치는 야생 동물은 바로 코요테인데요. 같은 개과 동물이라 그런지 저의 반려견 진돗개도 코요테를 발견함과 동시에 흥분한 모습으로 으르렁 거리며 맞짱 한번 뜨려는지 리드줄을 잘근잘근 씹곤 합니다. 흥분한 멍뭉이는 또 왜 이렇게 힘이 센지 질질 끌고 그 장소를 피하려면 엄청난 줄다리기를 해야 한답니다.    

그런 힘겨운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변을 잘 살펴 제가 먼저 코요테를 발견하는 게 최고인데, 코요테 발견 즉시 뒤돌아 반대로 뛰는 삼십육계 줄행랑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넌 이름이 뭐니?

이렇게 야생동물들과 공존하는 이 동네를 이야기하다 보니  무슨 정글 같죠?

그건 절대 아니고 주택들이 가득한 온전한 동네인데 이전에 사람들 보다 먼저 자리해 살던 야생동물들의 습성상 같은 곳을 어슬렁 거리며 다닌다는 것뿐이니 너무 무서워하지는 마세요.

그러나 코요테는 자기보다 작은 강아지들이나 어린이는 사냥감으로 인식하고 가끔 공격할 수 있으주의해야 한답니다.


 

오늘 아침 산책길에는 그나마 친근한 모습의 야생 청둥오리 커플을 만났습니다.

가로수 아래 다정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제가 옆으로 지나가도 별 신경 안 쓰는 듯 날개는 접은 채 뒤뚱거리며 살짝 으로 이동뿐이네요.


청둥오리들이 아마 알 낳을 자리를 찾고 있는 중일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이웃집 화단에 알을 낳고 주변을 서성거리던 모습을 보았는데, 후각이 발달  우리 집 멍뭉이가 그 알들을 찾아냈으니까요.


점점 살던 곳을 사람들에게 빼앗기고 있는 야생동물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도 생기고, 로 안전하게 공생하며 살 수 있길 기도합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3년 6월 23일 금요일 오전 6시 40분

드디어 동네를 어슬렁 거리던 코요테랑 당황스러운 만남을 가졌습니다.

역시 우리 집 진돗개는 목줄을 잘근잘근 씹었고,

저는 있는 힘껏  리드줄을 질질 끌며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달린다고 했지만 속도는 나지 않는 걸음을 했고,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코요테는 우리를 따라왔죠.

게이트 안쪽, 안전한 곳에 이르러 그 당황함 속에서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저는 사진을 찍었네요.

우리를 지나쳐 가는 코요테를 보니 아직 어려 보입니다. 동네를 벗어나 안전한 곳으로 갔으면 하는데 그곳이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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