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춤 ‘실력’이 아닌 ‘노력’이라고 지은 이유는 새 안무의 진도를 나갔는데 전 곡의 안무를 처음 따라했을 때보다 못 춰서 이다. 새로운 안무를 배워보니 다섯 시간의 수업 동안 익힌 결과물에 실력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조차 부끄러워졌다. 진로가 댄스 쪽도 아니고, 원래 춤을 추던 사람도 아니고, 시작한지도 얼마 안 된걸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이지만 그래도 처음 췄을 때보다 못 춘 것은 충격이었다.
내가 춤 학원을 등록하게 된 계기는 기말고사를 보기 일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험 공부를 하는데 스트레스는 계속 쌓이고, 풀 데는 없어서 몇 년 동안 바라기만 했던 춤 학원을 즉흥적으로 등록해버렸다. 미래에 대한 조급함과 불안감이 자꾸 들어 일상에서 이룰 수 있으면서 빈도수가 높은 성취감이 필요했던 상황도 갑작스럽게 춤을 등록하는 데에 한 몫 했다.
작년에 실수로 취미 반 말고 프로 댄서들의 프리 클래스에 참여해서 동작 하나 못 따라 했는데도 춤에 재미를 느꼈어서 춤은 한 번쯤은 꼭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이었다. 마침 이모가 경제적으로 지원을 해준 대서 기회를 덥석 물어버렸다. 그 동안은 춤을 배우면서 노력해도 가망이 없다는 게 밝혀지면 괜히 슬퍼질 까봐 학원들을 알아보기만 하고 등록하는 건 미루고 있었다. 그런데 시도도 안해보고 춤을 동경하기만 하다가 나이가 들어버리면 후회할 것 같아 이번 기회에 질러보고 몸치인 게 판명 나면 그 때 가서 관두기로 했다.
그렇게 두려움에 떨면서 첫 수업을 갔던 내가 벌써 안무 촬영을 하나 마치고 새로운 안무 진도를 나가고 있다. 전 곡은 Destiny Rogers, P-LO, Guapdad 4000이 함께 작업한 Lo Lo였는데 안무에서 동작의 강약이 중요했다. 처음에는 안무 표현은 고사하고 안무가 뭔지도 다 기억 못했다. 그런데 시험 공부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어 삼십 분씩 이라도 연습했더니 안무를 따라 출 수 있을 만큼은 실력이 늘었다. 안무를 외우자 동작의 강약 조절도 자연스럽게 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한 곡을 성공하고 나니 춤에 자신감이 붙었었다. 이 문장이 과거완료형인 이유는 새 곡을 시작하자 자신감이 게 눈 감추듯 쏙 들어가서이다. 새로운 안무를 시작하자 춤 실력은 언제 쌓았었냐는 듯 댄스 실의 대형 거울에는 퍼덕이는 나의 팔과 다리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마치 춤추는 실력이 늘었다는 생각은 나의 착각일 뿐이었다고 거울이 확인사살하는 것 같았다.
이번 곡은 이효리의 ‘깊이’라는 곡이었는데 동작 자체는 단순한 편이지만 속도가 Lo Lo보다 훨씬 빨랐다. 반복적으로 연습을 하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는 있는 안무였다. 그렇지만 아직 근육통도 덜 풀렸고 이효리는 내가 좋아하다 못해 애정 하는 가수 여서 완성하고 싶은 안무의 정도를 고려하면 달성해야 될 연습량이 상당할 것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자 연습을 하기도 전에 막막함이 앞섰다.
이렇게 막막함이 느껴지는 데도 춤을 계속 추고 싶어하는 건 춤이 내 삶의 축소판처럼 느껴져서 인 것 같다. 새 안무를 시작할 때 그 동안 쌓아온 안무는 어디 갔나 싶을 정도로 춤이 새롭게 느껴지는 것처럼 내 삶도 항상 그래왔다. 고등학교에 올라갔을 때는 내가 중학교에 뭘 배웠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났고, 대학교에 올라갔을 때도 고등학교 때와는 생판 다른 내용을 배워서 원점으로 되돌아온 기분이었다. 지금 이제 슬슬 취업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전이랑 별 다를 바 없이 열심히 대학교 다니면서 축적한 지식과 경험들이 다 어디에 쓰일까 싶다. 내가 아무리 많이 배우고 노력한 것 같아도 어느 새 나는 또 결승선이 아닌 출발선에 서 있었다. 춤에서 다음 곡으로 넘어갈 때 다시 무로 돌아가는 기분이 드는 것처럼 내 삶도 인생의 다음 단계로 접어들 때 언제나 출발선으로 회귀했다. 그러나 사실은 알게 모르게 모든 과정이 다음 단계가 수월하게 하도록 하는 마중 물이었다. 그 과정들이 없었다면 다음 단계를 헤쳐나갈 힘과 능력 또한 얻지 못했을 것이다. 허무하고 쓸데없어 보이는 노력들은 알고 보면 꼭 필요한 과정들이었다. 지금의 마중 물을 채우는 과정이 눈이 부시게 멋지지는 않아도 이 과정을 마치고 나면 내 춤도, 내 삶도 전보다 깊어지고 넓어진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무로 돌아간 ‘춤 노력’을 모아 안무로 만들기 위해 오늘도 다음 주의 촬영을 목표로 춤을 연습한다.
이번 곡은 이효리의 ‘깊이’라는 곡이었는데 동작 자체는 단순한 편이지만 속도가 Lo Lo보다 훨씬 빨랐다. 반복적으로 연습을 하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는 있는 안무였다. 그렇지만 아직 근육통도 덜 풀렸고 이효리는 내가 좋아하다 못해 애정 하는 가수 여서 완성하고 싶은 안무의 정도를 고려하면 달성해야 될 연습량이 상당할 것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자 연습을 하기도 전에 막막함이 앞섰다.
이렇게 막막함이 느껴지는 데도 춤을 계속 추고 싶어하는 건 춤이 내 삶의 축소판처럼 느껴져서 인 것 같다. 새 안무를 시작할 때 그 동안 쌓아온 안무는 어디 갔나 싶을 정도로 춤이 새롭게 느껴지는 것처럼 내 삶도 항상 그래왔다. 고등학교에 올라갔을 때는 내가 중학교에 뭘 배웠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났고, 대학교에 올라갔을 때도 고등학교 때와는 생판 다른 내용을 배워서 원점으로 되돌아온 기분이었다. 지금 이제 슬슬 취업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전이랑 별 다를 바 없이 열심히 대학교 다니면서 축적한 지식과 경험들이 다 어디에 쓰일까 싶다. 내가 아무리 많이 배우고 노력한 것 같아도 어느 새 나는 또 결승선이 아닌 출발선에 서 있었다. 춤에서 다음 곡으로 넘어갈 때 다시 무로 돌아가는 기분이 드는 것처럼 내 삶도 인생의 다음 단계로 접어들 때 언제나 출발선으로 회귀했다. 그러나 사실은 알게 모르게 모든 과정이 다음 단계가 수월하게 하도록 하는 마중 물이었다. 그 과정들이 없었다면 다음 단계를 헤쳐나갈 힘과 능력 또한 얻지 못했을 것이다. 허무하고 쓸데없어 보이는 노력들은 알고 보면 꼭 필요한 과정들이었다. 지금의 마중 물을 채우는 과정이 눈이 부시게 멋지지는 않아도 이 과정을 마치고 나면 내 춤도, 내 삶도 전보다 깊어지고 넓어진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무로 돌아간 ‘춤 노력’을 모아 안무로 만들기 위해 오늘도 다음 주의 촬영을 목표로 춤을 연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