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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emi Mar 11. 2024

전혀 부럽지 않은 [싱글 인 서울]

싱글보다 커플이 더 좋은 이유

오랜만에 로맨스 영화인 [싱글 인 서울]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이동욱을 싫어하는 여자는 없겠지만 난 이동욱뿐 아니라 임수정도 좋아해서 예전부터 봐야지,라고 생각했던 영화였다. 그러다 브런치 메이트님이 쓴 이 영화에 대한 글을 보고 이제야 뒤늦게 아이들이 개학하고 나니 볼 여유가 생겼다.


사실 싱글 라이프를 벗어난 지 12년 차인 나는 '싱글'라이프에 대해 궁금한 것이 없다. 친한 친구 중 이 영화에 나오는 임수정이나 이동욱처럼 서울에서 싱글 라이프를 지내는 친구가 두 명 있는데, 나와 접점이 딱히 없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나는 아이를 둘 둔 엄마이고 싱글인 친구들은 남자친구를 사귀며 회사를 다니거나 자기 사업을 하는 친구들이다. 그래서 내가 만약 내 삶의 영화를 쓴다면 [커플 인 서울]이지 않을까.


싱글 라이프에 대한 감정, 기억을 잊고 지낸 지 12년이 지났지만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분명 영화는 매우 담백하고 심플하게 싱글의 삶, 생각 등을 담아냈다. 그러나 주변의 싱글의 삶을 더 깊이 들여다보면 사실 이동욱과 임수정만큼 심플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영화는 그들의 고민 등은 깊이 다루지 않고 그들이 왜 싱글 라이프를 선택했는지는 그려낸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초반에는  관계 맺는 것에 지친 이동욱을 그려낸다.  처음부터 싱글을 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점점 관계 맺는 것에 지친 이동욱은 편하게 살려고 싱글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나랑 딱 맞는 사람은 나 밖에 없어!


요즘 이 영화에서처럼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 심지어 이성과의 연애도 귀찮아한다는 젊은이가 많다고 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매년 결혼하는 커플이 줄어 사상 최저를 기록하는가 하면, 출산율 또한 세계 최저를 기록한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사회 현상에 이 영화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감독은 어쩌면 이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물론 영화가 결혼이나 출산을 장려하고 있지는 않지만, 싱글보다는 ‘커플’로 사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영화에서처럼 집 밖을 나서면서부터 누군가와 마주하고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이 바로 서울에서의 삶이다. 늘 인간관계에 얽매여 나를 돌아볼 시간 없이, 누군가에게 평가받고 누군가의 감시를 받기도 한다. 이러한 삶에 지친 사람들은 더더욱 혼자만의 시간이 소중해지고 타인과의 관계보다는 나 자신과의 관계를 맺는데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혼밥을 시작으로 혼자 하는 여행, 혼자 보는 영화 등이 등장했는지 모른다. 영화에서 이동욱이 혼자 고깃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책을 읽으며 식사를 하며, 나를 위해 고가의 선물을 산다. 사실 이 장면은 싱글을 벗어난 12년 차 주부에게는 한 없이 부러운 장면이었다. 잠시 이동욱이 혼자 넓은 집에 서울 한강뷰 야경을 보며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나도 결혼을 안 했더라면…이라는 상상을 해 보았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나도 이동욱처럼 혼밥은 평소에도 자주 즐기는 편이다. 혼자 고깃집은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레스토랑, 뷔페까지는 가 보았다. 혼자 영화 보는 것을 즐기고 카페에 가서 혼자 커피 마시며 책 읽는 것을 사랑한다. 그리고 나를 위한 선물도 고가는 아니지만 자주 하려고 노력한다. 매년 연말에는 나를 위한 선물로 꼭 백화점에 가서 뭐라도 사려고 노력을 하고 종종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남편에게 당당히(?) 요구를 하는 편이다. 그리고 열심히 일한 날은 비싼 점심 한 끼를 사서 먹기도 하고 친구들과 여행 갈 기회가 생기면 꼭 가고야 만다. 이렇게 써 내려가 보니 이동욱을 그리 부러워할 이유가 없어졌다. 나는 싱글이 아니더라도 ‘싱글’이 하는 행동을 조금은 다른 방법이지만 똑같이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화에서는 결국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끝맺음을 하고 있다. 아무리 싱글이 좋다고 하지만, 결국 '관계'를 통해 성장하고 또한 '관계' 속에서도 나를 알고 나를 사랑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충분히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결혼 초반에는 깨닫기 어려울 수 있다. 신혼 생활을 할 때는 서로 맞추느라 정신이 없고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면 혼자 있는 시간이란 사치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이가 점점 자라면 내 시간이 늘기 마련이다. 그때부터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싱글'라이프를 즐길 수 있게 된다. 분명 짧은 시간이라도 나 혼자만의 시간이 생긴다. 물론 내 경험 상 그 시간은 아이가 클수록 더 길어진다. 처음에는 짧은 시간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시작하면 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아마 아이가 학교를 하고 성인이 되고 독립을 하게 되면 다시 결혼 전 싱글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지금의 나 또한 돌아보게 된다. 나도 [싱글 인 서울]의 삶을 보냈었고 꿈꾸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임수정처럼 나의 커리어를 쌓으며 잠시 혼자 독립을 하기 위해 설레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친구들보다 조금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다 보니 싱글 라이프와는 점점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벌써 결혼한 지 12년 차가 되어 보니, 다시 조금씩 싱글 라이프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결혼을 한다고 해서 싱글 라이프를 즐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영화에서 오탈자를 혼자서 다 찾아내지 못한 출판사 직원에게 임수정이 한마디 한다. “둘이 확인하면 한 번에 해결될 것을!”이라고 말이다.

맞다. 작은 문제도 혼자 해결하기보다는 누군가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또는 함께 해주는 것만으로도 쉽게 해결된다. 그렇게 인생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하다 보면 나도 성장하고 함께한 사람도 성장한다. 나만의 시선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다가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도 함께 바라보고 생각하다 보면 내 생각의 폭도 넓어지고 마음도 깊어진다.


영화에서 이동욱은 싱글인 삶을 찬양하다가, 임수정을 만나 첫사랑의 기억의 오류도 찾고 글을 쓰는 이유, 왜 글을 써야 하는지를 알게 되면서 이제는 혼자보다는 '함께'의 가치를 깨닫고 먼저 누군가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된다. 누군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동욱은 바뀌지 못했을 수도 있다. (물론 혼자라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더 걸렸겠지…) 그렇게 나는 ‘나랑 딱 맞는 내’가 아닌, 나랑 ‘전혀 맞지 않은’ 누군가 (주록 가족)와 함께 하는 삶을 통해 이동욱은 성장한 것이다.


인간은 결코 혼자 살 수 없다. 그리고 혼자 사는 사람보다 누군가와 같이 살면 더 오래 살 확률이 높다고 한다. 물론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그렇다고 관계 맺기를 꺼려하고 피하면 안 된다. 그러면 사고의 확장도 이루어질 수 없고 마음의 깊이도 깊어질 수 없다. 그러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우리의 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포기하지 않고 조금만 견디다 보면, 결혼을 했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싱글’ 라이프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시기기 돌아온다. 그리고 인간은 절대 혼자살 수 없고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할 수 있음을! [커플 인 서울]도 충분히 즐겁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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