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aemi Apr 01. 2024

9. 드디어 나의 첫 그림책, <<마음빨래>> 출간

그림책 작가되기 프로젝트

작가님~ 오늘 책이 회사에 도착하니
내일 오셔서 사인하러 와주세요!


두근두근. 기다리고 기다리던 나의 책이 출판사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언제 출판사에 가야 할지 모르니, 그 주는 다 비워뒀던 참이다. 오후에 통역 회의가 생겼기 때문에 오전에 일찍 가서 사인을 하고 책을 받아 오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때부터 내 마음이 두근두근.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사인을 해 본 적이 없는데…무슨 말을 적을까 고민했다. 최소 50권은 사인해야 한다고 하니, 너무 길고 그림까지 그리면 시간이 걸리고 내 손목도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아서 최대한 간결한 문구를 생각해 보았다.

얘들아, 엄마 사인 뭐로 할까?

아이들과 이것저것 이야기를 한 결과물을 한번 아이패드에 적어 보았다. 그래, 이 정도면 50개 정도는 거뜬하겠지? 주인공 라미를 그리고 싶지만 도저히 50개를 그리기는 힘들 것 같아서, 내 마음의 얼룩을 그리기로 했다. 이렇게 준비를 하고 가방 속에 사인할 펜을 이것저것 챙겼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전날까지 비가 오다가 딱 출판사에 도착하니 신기하게도 날이 밝기 시작했다.

작가님, 마치 마음빨래 하기
좋은 날 같아요!


도착하자마자 나를 웃는 얼굴로 맞이해준 출판사 분들. 그분들을 따라 큰 회의실에 도착해보니 넓은 책상 위에 나의 그림책, 그리고 사인할 사인펜이 고이 놓여 있었다. 뭔가 정성스레 나를 기다려준 출판사 분들의 마음이 와닿았다. 그리고 말없이 나는 그림책을 처음 펼쳐 보았다. 조금 부끄러웠다. 편집장님과 디자인팀장님, 그리고 마케터분까지… 나는 얼른 덮고 사인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사인하는 걸 옆에서 지켜봐 주시니 더더욱 부끄러웠다.

바쁘신데, 저 혼자 사인하고 있을게요.
일 보세요~

차라리 혼자 조용히 사인하고 싶었는데 디자인팀장님은 사인을 잘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책을 펼쳐서 내 앞에 갖다 놔주시고, 다 사인한 책을 펼쳐서 잠시 말린 뒤 고이 덮어 주셨다. 괜히 죄송스러웠는데 말이다. 그렇게 나는 열심히 50권의 그림책에 사인을 한 뒤, 여기 출판사분들께 하나하나 이름을 쓰며 사인을 해 드렸다.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적으니, 1년 반동안 함께한 그분들과의 시간이 떠올랐다. 나의 부족한 원고 콘셉트만 보고 픽 해주신 에디터님. 나의 가능성만 보고 잘할 수 있다고 늘 칭찬해 주신 편집장님. 나의 그림실력을 이만큼 끌어올려주신 디자인팀장님. 그리고 마지막에 대표님도 와주셔서 수고했다며, 앞으로 책 많이 만들어서 팔아달라고 당부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사인하는 동안 마케터분이 오셔서 사진을 몇 장 찍고 가셨다. 덕분에 이렇게 귀한 사진도 얻고 소중한 찰나를 기록할 수 있었다. 1시간 동안 나는 따뜻한 배려 속에서 사인을 마치고 나의 책을 가지고 인사를 하고 돌아왔다. 물론 책이 나왔다고 끝난 것은 아니다. 요즘은 출판사가 마케팅하는 것보다 작가가 움직여줘야 책이 팔린다고 한다. 출판사분들이랑 앞으로 할 북토크나 강연 같은 것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고, 몇 가지 만들어본 굿즈도 샘플로 드렸다. 책이 나와서 기쁘기도 하지만 왠지 어깨가 조금 무거워진 느낌이다.

그렇게 책이 팔리기 시작하는 날, 목요일이 되길 기다렸다. 사실 내 책이 언제 나오나 매일 검색해 본 사람들이 있었나 보다. 그중에서도 단연 우리 아빠. 책이 인터넷에 검색되자마자 나에게 캡처를 보내주셨다. 그제야 알았다. 원래는 목요일 판매 시작인데, 수요일 저녁때부터 풀렸다. 나는 지인들에게 나의 책 판매를 알리기 시작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었는데, 막상 닥치니 실감이 나질 않았다. 실감이 난 것은 사람들이 잘 받았다며 인증 사진을 보내주면서였던 것 같다.


그날부터 매일 아침, 아빠는 순위가 나온 캡쳐본을 가족 단톡방에 올려 주셨다. 책이 팔린 지 얼마 안 되어 올라가고 있을 뿐인데… 다음 주 만되도 이제 책이 덜 팔릴 텐데… 차마 그 말은 하지 못하고.

.그때는 왠지 나보다 아빠가 더 서운해할 것만 같았다.

오늘 아침에로 이렇게 캡처를 떠서 단톡방에 뿌리셨다. 그리고는 자꾸 나를 남작가, 남작가라고 부르신다. 순위는 어차피 일시적인 것이라 미련은 없지만,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모습은 왠지 조금 더 오래 보고 싶은 마음이다.


출간의 기쁨을 잠시 만끽하다, 이번 주는 부활절이라 부활 행사로 바쁜 주말이 예정되어 있었다. 나는 일찍 성당에 가서 아이들과 부활 달걀 만들기를 준비하러 갔는데, 웬걸… 선생님들께서 이렇게 귀하고 아름다운 케이크를 준비해서 축하를 해 주셨다!

이렇게 축하를 받는 것이 처음이었던지라 아주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이렇게 나의 그림책 표지와 동일하게 구현해 낸 케이크가 신기했고, 이렇게 며칠 만에 나의 출간을 축하해 주시려고 준비해 주신 선생님들의 마음에 감동받았다. 아까워서 먹기 아까운 이 케이크를… 어디 얼려 놓고 보기만 할 수 없을까? 여전히 고민 중이다.

이렇게 축하를 받고 돌아온 날 밤, 나는 오랜만에 그림책 원고 합평 수업을 들었다. 벌써 2번째 원고에 돌입했… 돌입하고 싶다. ㅎㅎㅎ 하지만 오랜만에 다시 원고를 쓰려고 하니 여전히 막막하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나를 그림책을 만드는 환경 속에 억지로 넣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란 것을 나는 잘 안다. 밤 9시부터 11시까지, 다른 분들의 원고를 보며 다시 그림책 쓰기의 시동을 걸었다.


나의 <<마음 빨래>>에 영감을 준 곳, 나의 빨래방에도 그림책을 가지고 갔다. 빨래방도 운영한 지 이제 4년 차가 되어간다. 그동안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빨래방인데, 덕분에 이렇게 그림책을 낼 수 있게 해 줘서 참 고마운 마음이다. 빨래방을 운영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마음 빨래>>를 생각할 수 있었을까 싶다.

이렇게 내가 책을 만들고 출간하고 또 다음 책을 고민할 수 있는 것도 나 혼자서만 할 수 없음을 잘 안다. 그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앞으로도 글과 그림으로 보답하는 삶을 살고 싶다. 부족한 나의 첫 그림책이지만 이렇게 기다려주고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신기하게도 나의 그림책을 읽고 내가 말하고 싶었던 포인트를 딱 짚어서 읽어주신 분들의 글을 보면 살짝 뿌듯하기도 하다. 나는 글이 많은 그림책보다는 그림으로 표현하고 글이 도와주는 그림책을 좋아해서 그런지, 내 그림책도 글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독자분들이 잘 이해해 주셨다면 나름 선방한 것이 아닐까 싶다.


첫 그림책 작업부터 나는 참 복 받은 사람 같다. 좋은 스승님, 좋은 분들과 함께 그림책을 배울 수 있었고, 마음 따뜻한 출판사를 만나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이 나오니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찾아 주셨다. 여전히 나는 부족한 초보 그림책 작가이지만 앞으로 이 감사한 마음 안고 할머니가 될 때까지 나의 이야기로 나의 그림을 세상에 펼치고 싶다. 책이 나와 보니 알겠다. 나는 글과 그림으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일을 사랑한다는 것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