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aemi May 07. 2024

"이게 다 뭐에 쓰는 거에요?"

그림책 [세 강도]를 읽고 나에게 건네는 질문

 나는 매주 그림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브루타 형식으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그림책을 깊이 읽는다. 이번 주 책은 그림책 토미 웅거러의 그림책, [세 강도]였다. 제목과 표지 그대로, 세 강도가 나오는 이야기이다. 강도라고 하면 보통 아이에게는 매우 부정적인 존재이다. 딱 봐도 무시무시해 보이는 강도 세 명이 나와서 마을의 여기저기를 약탈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차에 탄 티파니라는 여자 아이를 만나 티파니를 데려오면서 세 강도의 인생이 바뀌는 이야기이다. 티파니가 처음으로 세 강도에게, 약탈한 보물들을 보며 질문을 던진다.


이게 다 뭐에 쓰는 거에요?


 사실 세 강도는 보물을 왜 약탈하는지 책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그냥 계속 의미 없이 모으기만 한다. 티파니에게 처음으로 이러한 질문을 받고 처음으로 생각해 본 것 같다.


이 많은 보물을 어디다 쓰지?


그 후의 이야기는 그림책을 보면 더 자세히 알겠지만, 세 강도는 약탈한 보물을 다른 아이들을 위해 쓴다는 이야기로 마무리가 된다. 나는 이 장면을 보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내가 모으고 있는 것들은 다 뭐에 쓰는 것일까?
세 강도처럼 뭐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르고 모으고 있는 것은 없나?


 아마 이 질문에 나처럼 멈칫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다 보면 너도 나도 부자가 되기를 갈망한다. 그리고 너나 할 것 없이 재테크에 진심이다.


 한 때는 주식을 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전 국민이 모두가 주식투자에 빠져있던 때가 있었다. 그러자 또다시 부동산 열풍이 불더니 너도 나도 내 집마련을 꿈꾸고 빌딩부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였다. 그러더니 유튜버가 되면 떼돈을 본다 하여 초등학생 아이들의 첫 번째 장래희망이 유튜버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는 요즘에는 릴스를 안 하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고 쇼츠로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가 되었다.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남들 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따라가지 못하면 나만 도태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남들 하는 것은 다 해야 마음이 놓인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늘 불안하고 바쁘다. 그런데 정작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사는지, 한번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내가 주식 부자가 되어, 자식에게도 주식으로 성공하는 법을 알려준 다음, 그다음은? 엄청난 부자가 된 후 회사를 그만두고 놀고먹고살 만하면 과연 진짜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돈 걱정 없이 그냥 여행 다니고 펑펑 놀면, 불행이라는 것 없이 늘 웃으며 살 수 있을까?


 솔직히 나 또한 그 경지에 가지 못해서 장담할 수 없지만, 조금은 물음표가 남는다. 왜냐하면 정말 내로라하는 부자들도 모두 행복하지는 않으며 불행한 사람들도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모으고 있는 돈을 뭐에 쓸 것인지? 그리고 그 돈으로 만약에 명품을 샀다면 그 명품으로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것인지? 내 집 마련을 하면, 수익형 부동산을 하나 가지면 그걸로 충분히 행복할 것인지?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 그림책 [세 강도]에서 목표 없이, 목적 없이 그냥 보물을 모으던 세 강도처럼 나는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세 강도에게 질문을 한 티파니처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봐야 한다.


 나 또한 세 강도처럼 의미 없이 무언가를 모으던 때가 있었다. 예를 들어 처녀 시절에는 남들 다 가지는 명품백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월급을 받으면 모았다가 가방 하나 사고 또 해외 나갈 일 있으면 저렴하다는 이유로 명품을 하나 둘 모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에는 나를 더 빛내주는 것이 명품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사실 그 명품들은 지금 다 새 주인 찾아 떠났거나 장롱 속 깊은 곳에서 잠들고 있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게 되면서 나 또한 부동산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 싶어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무작정 땄다. 물론 한참이 지난 지금은 그 자격증에 의미 부여를 하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사실 큰 의미 없이 행동했던 것 같다. 그냥 왠지 나도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 돈을 번 다음의 일을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립할 때즈음 무언가 되기 위해 꿈을 꾸고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그냥 무작정 그림이 좋아서 그림만 그리던 시절도 있었다. 그림을 처음 그릴 때에는 그림책작가가 된다는 생각 조차 하지 않았다. 그냥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았고, 그림을 그려야 숨이 쉬어지는 것처럼 편안했다.


 그런데 사실 그 '무의미'한 행위가 완전히 '무의미'했다고 볼 수는 없다. [세 강도]에서 세 강도들이 보물을 모았기에, 그 보물로 아이들을 도울 수 있었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물론 그 보물을 약탈하는 과정은 분명 나쁜 행동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내가 했던 '무의미'한 행동들이 모두 다 쓸데없는 짓이었을까?


 젊을 때 명품을 사봤기 때문에 명품이 가져다주는 행복은 짧고 카드값의 노예는 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명품이 가져다주는 외면의 아름다움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40대가 되어서야 알 수 있었다. 안정적인 수익을 갈망해서 부동산 공부를 했기 때문에 지금 부동산 사기를 당하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눈을 가질 수 있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작정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을 깨닫게 되어 제2의 인생을 그림책 작가로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행위를 하고 안 하고, 또는 결과가 좋고 나쁘고 가 아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예를 들어 매일 헬스장을 가는 행위가 될 수도 있고 무작정 1일 1릴스를 하고 있는 행위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 좋다. 다만 그 행위를 왜 하고 있는지, 그 행위를 해서 뭐에 쓸 것인지?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묻길 바란다. 그래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점검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행위에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나는 이 질문을 아이들에게도 하고 싶다. 요즘 아이들이 꿈이 없다, 끈기가 없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에게 매일 질문해 보면 어떨까? 너는 왜 매일 학교를 가니? 학교를 가서 무엇을 하고 싶니? 너는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너는 무엇을 할 때 가장 기쁘니? 등등.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어른이 되고 싶다. 물론 나 스스로에게도 말이다. 그렇게 깊이 나를 들여다보고 생각하는 시간이 어쩌면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를 쫓느라 나의 소중한 시간을 다 허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 여러분들이  모으고 있는 것, 하고 있는 일,
다 뭐에 쓰는 거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