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나는 엄마들의 성장 유치원, '킨더줄리'라는 곳에 들어가 그림일기를 그리기 시작했다. 거기서 나는 꽁꽁 얼어있던 내 마음이 조금씩 녹기 시작했고, 꽉 닫혀있던 내 마음이 스르르 열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러다 '킨더줄리'의 줄리님을 보면서 나도 무언가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나 또한 길고 긴 어두운 터널을 지나던 시기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그 누구와도 내 아픔을 나눌 사람이 없었다. 가족도 친구도. 누구나 다 한 번쯤 있는, 끝이 보이지 않고 이 세상에 나 홀로 서 있는 것 같은 시간을 맞딱들인다. 그때 터널 속에서 나를 꺼낸 것이 나에게는 그림일기였던 것 같다. 그 그림일기를 그릴 수 있게 된 것도 '킨더줄리'의 줄리님이었고, 줄리님을 옆에서 보니 선한 영향력을 나누어 주고 계셔서 나도 조금씩 줄리님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도 한번 줄리님과 같은 리더가 되어 봐야지!라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떠오른 것이 바로 그림책 모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이라는 소재로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누군가와 소통하지 않고 혼자만 생각하다 보면, 그 긴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을뿐더러 길을 잘못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걷다 보면 '나만 그런 것이 아니네.' '터널의 끝이 저기구나.' '이 길로 가면 힘든 거구나. 그럼 나는 저 길로 가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다.
그렇게 나는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으로, 소통의 제일 좋은 수단인 하브루타(질문하며 대화하기)를 통해 <마음 수영(당시는 공감의 기술, 공기 하브루타)'>이라는 그림책 독서모임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오전 반 2명, 저녁 반 1명으로 시작되었다. 1주일에 1번, 1시간씩 그림책 1권을 가지고 함께 질문을 하며 생각을 나누는 시간. 나는 워낙 그림책을 읽고 생각 나눔을 하는 시간을 아이들이랑 해 봐서, 그 시간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또 엄마(아빠)에게 좋은 것인지 안다. 모든 문제는 소통의 부재에서 일어나는데, 우리 현대인들은 소통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 소통의 찐 시간을 1주일에 1번이라도 그림책이라는 수단을 통해 함께 하길 바랐다. 그리고 우리끼리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아이들과도 그림책으로 하브루타를 하면서 더 건강한 삶을 살길 바랬다.
거의 1년 동안은 <마음 수영>을 듣는 사람이 거의 늘지 않았다. 가끔 1달 정도 듣다가 가시는 분들도 계셨다. 하지만 나는 사람이 적다고 속상해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이 일은 돈을 벌기 위해서 한 것이 아니라, 나처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거나, 또는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오길 바랐다. 이 시간 만이라도 나의 마음을 들여다 보길 바랬다.
나보다 먼저 이러한 프로젝트를 했던 사람들이 하나 같이 했던 말이 있다.
1년 정도는 해야, 그 진가가 드러나지.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1년이라는 시간만 흘려보낸다고 뭐가 달라질까? 나는 조금 더 많은 분들이 그림책으로 소통을 하길 바랄 뿐인데, 더 많은 분들에게 어떻게 하면 알릴 수 있을까? 고민을 해 보았지만 뾰족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본업도 있고 그 외에 하고 있는 일이 많아서 이 수업만을 위해 올인해서 홍보를 할 여력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말 신기하게도 1년이 조금 지나고 나니, 어디서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셨는지 하나 둘 <마음 수영>을 하러 오시는 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마음 수영>에 온 이유도 다 각양각색이었다. 하지만 모두의 공통점. 그림책을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행복해지고 싶다는 것.
인간이 사는 이유가 바로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닐까? 어떤 분은 첫 수업부터 눈물 콧물을 흘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마음수영 수업 만은 손꼽아 기다리신다는 분, 여기서만큼은 솔직해질 수 있다는 분. 모두가 다 자신 만의 방법으로 <마음 수영>을 하고 있다. 제일 뿌듯한 순간은 마음수영 수업 후 헤어질 때, 모두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할 때이다. 그 시간만큼은 '하길 잘했다'라고 나를 칭찬한다.
그렇게 2022년 2월부터 시작한 그림책 모임, 마음수영은 어느덧 100권의 그림책을 함께 나누는 영광의 순간을 맞이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내가 100권의 그림책을 함께 할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수업을 하다 보면 내 수업이 발전이 없는 것 같고, 도움이 되는 것 같지도 않아서 그만둘까 고민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 수업을 그만두면 여기 계신 분들이 또 어디 가서 마음수영을 할 수 있을까? 괜한 걱정이 든다. (아무도 걱정하고 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100권째 되는 날, 우리 파티해요!
라고 슬쩍 던진 농담이 현실이 된 것은 지난 5월 마지막 주 일요일이었다. 멀게는 진주, 대구, 그리고 용인 등 각지에서 올라온 <마음 수영> 메이트님들은 매주 줌으로만 보다가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었다. 정말 신기하게 처음 대면한 사이인데도 워낙 매주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아서 그런지, 전혀 어색함 없이 이미 수년을 알고 지낸 사이처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동안 100권이라는 그림책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에 맛있고 푸짐한 코다리 한 상을 대접해 드리고 미리 예약한 카페 세미나 룸에서 우리끼리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그 자리에서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순간이었다. 내가 어느 모임의 리더가 되어 2년 넘게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사람들이 나와 멤버를 보러 지방에서 올라와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2년 넘게 힘든 시간들도 있었지만 참 뜻깊고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마음수영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음 수업을 등록하는 인원이 '0'이 되는 날, 그날이 나의 은퇴일이 아닐까? 그전에는 내가 스스로 사직서를 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에게도 <마음 수영> 을 하는 이 시간이 이제는 특별하다. 인생에 있어서 터널은 1번뿐이라는 법이 없어서, 나에게 또 터널이 눈앞에 펼쳐질 수도 있다. 그때는 지난 터널 때와 달리, 내 손을 잡아주고 함께 걸어줄 <마음 수영> 메이트님들이 있으니, 길고 어두운 터널도 잘 지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