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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 Apr 11. 2021

[하이랜드] 토마틴 18년산 Tomatin 18 yea

Tomatin 18

[기존 블로그에서 이사 온 글]


독감 이후 오랜만에 위스키를 마시러  . 새로운 위스키를  다양하게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서  자리에 앉아 백바의 위스키를 살펴보니 이름만 봤지 누군가가 주문해서 마시는 것은 보지 못한 위스키 병이 눈에 띄었다. 남들이  모르는 무언가를 소비할  이따금씩 느껴지는 의미없는 우쭐함을 괜히 느끼며 토마틴 18년산을 주문했다.

토마틴 18년산을 마셔본 나의 감상은 간단하다. 기대보다 훨씬 와인향이 많이 느껴졌고, 그중에서도 한때 포르투갈 여행을 갔다와서 홀딱 빠졌던 포트와인과 맛과 향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와인 자체의 향도 풍부한데 달콤한 맛이 더해진 포트와인의 기억이 토마틴 18년산을 한모금 마시자마자 되살아났다.

포트와인이 생각나는 맛과 향에 신기하게 느끼며 찾아보니 이 위스키는 숙성의 마지막을 셰리 버트에서 마무리하며 이런 포트와인 향이 나도록 '피니시'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피니시 과정이 길어봐야 몇년 되지 않을텐데, 그 과정 전의 독한 위스키의 향이 달콤하게 완성되는 것이 신기하다. 일도, 사람도 성장과 발전 과정에서 마무리가 결국 결과의 향기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열정과 노력의 성패를 떠나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항상 과정과 흐름 속에서 바빠살며 막상 마무리의 중요성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괜히 반성을 한번 해본다.

토마틴 18년산은 독주를 입에 가져다댔을때 느껴지는 미간이 찌푸려질만한 독한 향은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홀짝홀짝  빠른 시간에 한잔을 비웠다. 알고보니  토마틴 18년산이 여기저기에서 좋은 평을 받고 상도 많이 받은 위스키라고 한다. 부족한 유명세에 비해 의외인 이력이다.

하이랜드 위스키  하나인 토마틴은 한때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잘나가는 증류소  하나였고 생산량도 가장 많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운영의 잘못인지, 위스키 불황이여서였는지 파산을 하고 일본 기업의 산하에 들어간 최초의 증류소가 되었다고 한다.  일본은 이런거 잘한다. 토마틴이 힘들어지는 틈을 어떻게  비집고 들어오는 이런 능력은 부정할  없이 몹시 부러운 일본의 대단한 장점이다. 어찌됐든 잘나가는 기업도, 증류소도, 사람도 시대가 달라지면서 혹은 운영의 방향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 세상의 변화와 흐름에  적응하여 어찌됐든 아주  살아남아야한다는 , 잘되어야만 한다는 .. 뭔가 지금의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


어느덧, 4월이다. 봄기운이 스며드는 4월의 시작을 포트와인 향이 물씬나는 토마틴 18년산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제 봄이 왔으니 집에 싱글몰트 위스키를 한병 들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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