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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 Apr 26. 2021

[아일라이] 라프로익 10년 캐스트 스트랭스

Laphroaig 10 yrs old Cask Strength

[기존 블로그에서 이사 온 글]


살면서 정말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경험은 흔치 않다. 특히 어떤 것을 성취하거나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거나 하는 류의 것이 아닌, 오감에 의존한 강렬한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다섯가지 감각 중에서도 보고 듣는 것이 아닌 미각과 후각, 그리고 촉각으로 기억에 남는 순간이 나에게는 그리 많지 않았다. ​


단순하게 맛있다, 맵다, 향기롭다 등의 맛과 향을 나타내는 진부한 표현들로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강렬함. 이 것이 내가 처음 라프로익 10년 CS(Cask Strength) 마셨을 때 받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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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를 열심히 마시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친구들과 함께 간 작은 위스키바에서 옆에 앉은 친구가 시킨 라프로익 10년 CS는 잔이 나오자마자 강렬한 피트향으로 그 곳의 공기를 압도했고, 입에 한모금 살짝 머금는 순간 코와 입은 물론 온 얼굴을 감싸는 피트향과 혀끝에 느껴지는 스모키향에 나는 완전 반해버렸다.

사실 라프로익 10년 CS를 마시기 전에는 피트향 강한 위스키를 즐겨 마시진 않았었다. 그때만해도 나에게 피트향은 정로환 약 냄새같기도 하고 이런 향을 찾아 마실만한 매력이 있나 하는 생각에 굳이 내가 찾아 마신 적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라프로익 10년 CS를 마시고 나서는 한동안은 피트향이 자꾸 생각이 나서 아일라이 위스키를 찾아 마시게 되었다. 정말 강렬한 피트향을 맛보고서야 왜 피트향의 매력을 알게 된 나는 지금도 이따금씩 피트향이 확 생각이 나고 그 향을 강하게 느끼고 싶은 마음에 물씬나는 스모키한 라프로익 CS, 그리고 아일라이 위스키를 찾아 마신다.

라프로익 10년 CS는 지난번 기록에서 말했듯이 캐스크 스트랭스, 즉 물을 섞지 않은 위스키 원액 그 자체만을 병입한 위스키이다. 그래서 향이 더욱 강렬하고 풍부하고 도수도 꽤나 높다. 더군다나 라프로익은 "피트향"의 정수로 알려진 아일라이(Islay) 위스키의


대표주자이니, "라프로익"의 "캐스크스트랭스"는 그 조합 자체만으로도 풍성할 수 밖에 없다.

라프로익 10년 CS는 왼쪽에 적힌 배치에 따라 맛이


약간씩 다르다고 한다. 나는 운좋게 배치 9와 10을 마셔봤는데, 사실 느껴지는 맛은 거진 비슷했지만 그냥 기분탓으로 남들이 더 맛있다고 하는 배치 9가 맛있게 느껴졌다. (느낌적인 느낌) ​


라프로익 10년 CS는 그리 흔하게 볼 수 있는 위스키는 아니다. 그래서 "피트향"에 우호적인 분이 어디선가 이 위스키를 발견하신다면 한번쯤은 꼭 드셔보라고 추천한다. (가격이 쫌 비싸다...)

말그대로 아주 강렬한 거친 느낌의 위스키라 데일리보다는 (비싸기도 하고)가끔 정말 진하게 위스키 한잔 딱 마시고 싶을 때 마시는 위스키로 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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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로익 10년 CS는 지금의 나에게는 가장 좋아하는, 최애 위스키 중 하나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던 날은 (심지어 공짜로 얻어마셨는데도!) 라프로익 10년 CS가 너무 독하고 맵게만 느껴졌다. 평상시 같았으면 높은 도수도 느끼지 못할만큼 향에 취했을텐데 그날은 그렇지 못한 것을 보고, 또 한번 위스키의 맛은 상대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어쩌면 위스키 자체의 향도 맛도 중요하지만, 모든 일이 그러하듯, 위스키를 마시는 일조차도 나의 컨디션과 기분과 마음이 아주 중요한데,

위스키를 마시는 일만 그러하랴 - 일도, 휴식도, 사람 사이의 관계도 아무리 향기롭고 좋아도 내 마음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으면 온전히 그것을 즐길 수 없다.

그것이 나의 몸과 마음을 스스로 단단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야하는 이유, 불평이나 한탄보다는 좋은 것을 좋게 볼 수 있도록 긍정적인 마음으로 앞을 바라봐야하는 이유다.

얼마전 또 얻어마신 라프로익 10년 CS가 몹시 향기롭고 좋았다. 그러니 결국은 모든 것이 다 잘되어, 좋을 것이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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