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X 저작권위원회 안데르센 세계명작 삽화 공모전
차가운 겨울밤, 소녀는 추위에 떨면서 성냥을 팔고 있었어요. 하나, 둘 집집마다 불빛이 사라지고 마을 전체가 어둠 속에 잠들 때까지 소녀는 성냥을 한 개비도 팔지 못하고 캄캄한 마을 어귀에 주저앉아 버렸어요.
추위와 어둠이 너무 싫었던 소녀는 한 개비씩 성냥을 켜고 따뜻한 성냥 불빛에 몸을 맡겼어요. 한 개비 한 개비 성냥을 켤 때마다 소녀가 꿈속에서만 그렸던 세상이 눈앞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반복됐어요.
성냥의 불빛이 꺼지면 사라질 세상이란 걸 알았지만 너무도 따뜻해서 소녀는 성냥불을 밝히는 걸 멈출 수가 없었어요. 이윽고 소녀에게는 마지막 한 개비의 성냥만이 남았고, 소녀는 망설였지만 제일 보고 싶었던 세상이 남았기에 마지막 성냥을 밝혔어요.
화르륵
마지막 성냥개비에 불이 타오르고 그 뒤로 꿈에 그리던 할머니가 나타났어요. 소녀는 너무 행복했지만 그것도 잠시 금방 할머니의 모습이 희미해지기 시작했어요. 소녀는 할머니도 성냥개비가 다 타버리면 사라진다는 것을 깨닫고는 할머니가 사라지기 전에 말했어요.
"할머니 제발 저도 데려가 주세요. 이 곳은 혼자 남은 저에게 너무 차갑고 어두운 세상이요."
소녀의 말이 끝나자 희미해지던 할머니의 모습이 다시 뚜렷해지고 다 타버린 성냥개비들이 하늘에 떠올라 할머니한테 갈 수 있는 계단이 되었어요. 소녀는 계단에 발을 내딛고 한 걸음, 또 한걸음 계단을 오르면서 발아래 세상을 천천히 바라보았어요. 작은 소녀에게는 크고 차가운 세상이었지만 위에서 내려다본 세상은 소녀의 새끼손가락으로도 가려질 만큼 너무도 작은 세상이었어요.
소녀는 그런 세상을 향해 마지막 미소를 짓고는 세상과의 문턱을 넘었고, 드디어 할머니 품에 안길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날 밤은 하늘에서 가장 크고 가장 빛나는 별똥별이 하늘에서 떨어졌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