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이랜드 Mar 06. 2022

누구를 위한 방역 패스인가

중단 6일째, 사실상 폐지


[방역 패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하거나 코로나19 음성을 확인했다는 일종의 증명서로, 2021년 11월 1일부터 시행된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1단계 방안 중 하나이다. 이는 2021년 11월부터 4개월간 시행됐으나, 확진자 폭증에 따른 관리 여력 효율화 등에 따라 2022년 3월 1일부터 그 시행이 중단됐다.

- 네이버 지식백과 -


우리 모두가 건강하자고, 안전하자고 정한 범국가적인 정책임에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어떤 법이 되었든 모두에게 다 공정하게 적용될 수 없다는 것 또한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개개인이 겪고 있는 환경과 상황, 형태에 따라 적용되는 범위는 천차만별일 테니 말이다.


방역 패스는 11월 1일부터 시범 시행하다 12월 13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비슷한 업종임에도 사소한 분류로 나뉜 어지러운 규율들에 멀미를 호소하는 이들이 넘쳐났다. 5살 아이를 둔 엄마가 확인해야 할 곳은 영화관, 공연장, 미술관, 박물관, 과학관이었고 이 모든 곳은 12월 13일부로 미접종자 출입이 전격 통제되었다.


그리고 당시 5살 아이의 엄마인 나는 임신부이며 미접종자였다.


12월 13일. 본격 시행에 앞서 방역 패스로 인한 논쟁이 잦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첫날부터 그게 내가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3개월 전 예매해두었던 아이의 뮤지컬이 하필 13일. 더 강력해진 조항들을 미처 확인 못한 잘못도 있었고, 공연장 측에서도 미리 고지해주지 않아 현장에 도착한 우리는 관계자와 크게 부딪혔다. 결국 미접종자인 나는 티켓 비용을 지불했음에도 입장 거부당해 건물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가방을 차에 두고 온 탓에 가진 돈도 없다 보니 호되게 당하고 쫓긴 기분이 들어 괜히 더 분노하기까지. 궁지에 몰린 신세가 이런 거구나 제대로 경험했다. 급기야 뭐에 씐 듯 손가락은 백신 예약하러 가기 분주했다.


만삭의 몸이었던 12월, 그 누구보다도 조심해야 할 사람이 나임에는 분명했다. 수유 중인 지금도 그러하다. 임상 데이터가 현저히 부족하다 생각해 여태 맞지 않고 버텼다. 그런 주사를 갑자기 떠밀리듯 맞게 되는 건 고민하고 피해 다닌 시간의 노고가 눈물겨워 내키지 않았다. 그렇다고 매번 날짜 맞춰 PCR 검사를 하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간간히 혼밥, 혼커로 달래고 그 외 문화생활은 기약조차 없었다. 이후 더 강화해 백화점, 마트 출입조차 막아섰다. 꾸역꾸역 참고 있던 이들의 불씨가 점점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렇게라도 해서 코로나를 종식하고자 하는 의지와 목표는 너무나 이해된다. 수도 없는 고민과 의사결정 끝에 내놓은 결론이란 것도 잘 알겠다. 하지만 민주주의 이념 아래 주장하기엔 너무 강압적으로 와닿았다. 아니나 다를까 반발이 지속되자 방역 패스 적용 집행정지 신청을 했고 일부는 효력 정지가 받아들여졌다.


효력이 강화, 완화, 정지되는 와중에도 접종 예외 대상에는 임신부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권고 대상이라면 모를까.

임신부 발생 현황은 있지만 구체적인 증상은 설명되어 있지 않다. 접종 시 이득과 위험성에 대해선 설명하지만 확진 시 치료나 대처에 관한 안내는 찾아볼 수 없다. 읽을수록 불안하고 못 미더워지는 건 나뿐만이 아닐 테다.


모체로부터 태아에게 항체가 전달되는 시간은 약 14일 이후. 만삭 당시 맞았다면 마지막 열차를 타는 셈인데, 그렇다고 맞자마자 ‘패스’가 되는 것도 아니니 시기도 애매했다. 선택의 여지도 없이 답은 정해져 있지만, 이상하게 고민하고 찾게 만드는 이 상황이 계속 날 반(反)하게만 만들었다.


오늘로 잠정 중단 4일째, 확진자는 더욱 무섭게 늘고 있다. 귀찮았던 확인 절차가 사라져 살만하다는 이들과, 그마저도 사라져 더 이상 확인할 길이 없으니 불안감만 커진다는 이들. 그간 방역 패스에 호의적이지 않던 이들도 막상 중단하고 나니 도리어 불안하다며 태세 전환하기 바쁘다.


이제와 개선된 방역 패스 제도를 꺼내 들기엔 거세지는 반대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이대로 지내자니 빠른 확산 속도에 통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거품 쫙 뺀 패스 노선으로 갈아타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으니 자발적 방역만이 안전지대에 가까워지는 길일 테다. 이제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나가야 할 때이다. 거세게 몰아치듯 방어하다 단박에 폐지할 수 있었던 그 대담함에 또다시 반(反)하는 마음이 일지 않기만을 바랄 뿐.


여전히 나는 백신 접종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으며, 언제까지 미접종자로 남을지에 대한 고민도 현재 진행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 화내는 게 제일 쉬웠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