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이랜드 Mar 13. 2021

모순 덩어리인 일상, 나만 그래?

나를 찾아가는 길


초등학생 때는 컴퓨터 자격증 공부를 하고, 중학생 때는 글을 썼다.

고등학생이 되어선 배구를 하고 이과를 선택했다.

대학은 문.이과 통합과로 진학했고 면허증을 땄다.

졸업 후 사회에 나가 전공과로 8년을 일했다.

결혼을 했고, 변함 없이 일도 했다. 주말부부로 지냈고, 고민 끝에 그 동안의 커리어를 모두 정리 후 퇴사했다. 연고도 없는 곳에서 살림을 합쳤다. 우리를 쏙 닮은 아이도 낳았다. 아이는 자라고 우린 늙어갔다. 4년의 경력단절 공백기를 깨고 다시 출근을 했다. 재취업을 한지 1년, 남편의 이직과 이사로 짧은 사회 생활도 정리했다. 그렇게 내 청춘을 보낸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4년을 넘게, 남편은 7년을 넘게, 먼 미래의 이야기와 같았던 청춘일기 속 그 곳으로 돌아왔지만 모든게 변했다. 그리고 우리도 변했다. 그 때 그 감정일리가 없다. 그래서 또 걱정을 하고 결정을 하고 방황을 하고 있다.


컴퓨터를 공부했으니 프로그래머가 될 줄 알았고,

배구를 해서 선수가   알았고,

이과를 선택했으니 연구원이   알았고,

면허증을 땄으니 죽을 때까지 그 일만 할 줄 알았다.


초, 중, 고 학창시절동안 쌓아온 나의 과업들은 지금의 나에겐 없다. 그나마 가장 오래 지킨 전공과 직업만이 나를 소개하는 한 줄을 채워준다. 그런데 또 그마저도 지금은? 없다.


지금은 하고 있지도 않을 일에 왜 그렇게도 치열했을까. 일생일대의 모순이다.


어찌보면 탯줄 끊고 나오는 순간부터 사방에 깔린 모순에 그저 자연스러우리만큼 덤덤해지고, 당연해지고 있던 것일지도.



모르는 순간들이 너무 많아 ‘모순’인 걸까



그런 삶 속 내가 그린 미래에 난 없었다. 나의 10대는 늘 부모님이 잡은 줄에 매달려 손도 발도 머리도 그저 이끄는대로 움직였다. 묶여있지 않은 내 입만이 자유를 말했고, 그래봐야 매달린 사지로는 힘을 쓸 수 없다. 그렇게 20년이 넘는 시간을 인형극 속 인형, 나는 종이에 불과했다. 서커스 단원정도만 됐어도 스스로 몸은 움직여 봤을텐데, 종이조각에 지나지 않았던 내 몸은 그 동안 찢어지지 않았음에 그냥 감사하며 살아야했다.     






문득 ' 너무 이기적인  같아' 라는 생각에서 시작해  존재마저 모순에 이르게  ,  안에 꽁꽁 갇혀 도무지 나올 수가 없었다. 가까운 현실로 돌아와 더듬어보면  위해 하는 일은 손에 꼽힌다. 가족을 위해 요리도 하고, 청소도 하는 내가 있다.


그렇다. 처음부터 모순이란건 없었다. 부조리한 순간이 없진 않겠지만 그래도 그게 그때만큼은 꼭 맞는 옷이었을지도 모른다. 조금 떨어져 생각해본다면 영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오답이 판을 치고, 부정이 가득한 순간들도 시간이 지나면 다르게 보인다. 자칫 기억이 왜곡될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모순은    상황이 만들어낸 가상의 갑옷에 불과할 뿐이다.


모순된 상황에서 벗어나 왜 내가 모순이라 생각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읽어줘야 할 일이다. 생각에 방향을 잡아주면 똑같은 상황을 다시 만나더라도 에너지를 아낄 수 있지 않을까. 글을 쓰는 지금에서야 조금 이해되려한다.


나로부터 시작하는 모든 일들은 나 자체가 가이드라인임을 잊지 않아야하겠다.

자신과 먼저 대화하고 이해하는게 우선이다. 다른건 그 다음이다.

보듬어주길 거듭한다면  언젠가 나도 나를 알게 되는 지점과 맞닿아 있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체험 학습,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