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운동과 건강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언제부턴가 바디프로필은 주변의 일상이 되었고,
취미가 운동이 기본인 세상이 되었다.
한국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 운동해"라는 말을 듣는다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모습이 헬스장에서 땀 흘리며 열심히 근력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일 것이다.
그만큼 운동은 현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수 품목 중 하나로 포함 시킬 만큼 우리 곁에 아주 익숙한 존재가 되었다. 실제로 운동을 주 3회 이상 꾸준히 하는 인구보다 하지 않은 인구가 더 많은 건 명백한 사실인데도 말이다.
필자는 6살 때부터 운동을 시작하였다. 약 14년간 한 운동 종목에 최선을 다했었고 현재까지도 내 인생에서 떼어 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하다. 몇 년간의 방황 후 약 10년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생업 겸 취미로 이어오고 있다.
물론 현재는 다른 업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유아 시절부터 군 입대 전까지 나는 운동선수로 살았고,
군 제대 후 방황기를 지나 헬스 트레이너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는데 내가 직접 하던 운동을 이제는 코치가 되어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어려웠었다.
난 웨이트 트레이닝, 흔히 헬스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내가 혼자 해오던 운동 방식뿐이었다.
사실 헬스 트레이너라는 직업을 갖게 된 사연도 어처구니가 없이 시작되게 된다.
당시 나는 경찰 공무원을 준비하다 그만둔 상태였고 다른 직업을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이 있던 여느 청년들과 같이 구인 사이트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헬스장 카운터 직원을 구하는 구인 광고를 보게 되었고,
운동을 꾸준히 해오던 나로서는 트레이너나 코치들에게 운동도 좀 배우면서 알바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지원을 했다. 지원 후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운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당시 헬스장 대표가 나를 트레이너로 반강제로 고용을 당했(?)다.
나도 참 웃겼던 것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혼자 할 줄이나 알았지 누구를 가르칠만큼 전문 지식이 없었음에도 거절 의사를 표하지 못하고,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이 내 입에서는 "네, 해보죠"라는 말이 나왔었다.
그렇게 나는 졸지에 헬스 트레이너가 되었다.
입사한 지 채 5일도 되지 않아 내가 관리해야 할 회원의 수는 24명이다.
7년이나 지난 지금도 내 첫 회원 수는 잊히지가 않는다.
회원을 전달받은 그날의 두려움과 걱정은 내가 살면서 느꼈던 큰 공포 중 하나로 꼽을 정도로 아주 강하게 남아있다. 나는 그렇게 헬스 트레이너가 되었고 좋든 싫든 돈을 지불한 사람에겐 전문가인 척을 해야 했다.
나는 그렇게 대범하지도 뻔뻔하지 못한 성격을 가진 사람으로 전문가인 척하는 상황이 너무 싫었고 나를 믿고 있는 회원들에게 정말 너무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주 6일(월~ 토) 근무하고도 당시 최대 월급을 180만 원을 넘겨 본 적이 없다. 어떤 달은 월급 필요하다고 월급날이 한참 지난 2~3주 후에 받은 달도 더러 있었다. 더 달라고도 하지도 못했다. 왜냐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가르치고 있다는 자체가 미안했고 자신이 없었기에 기본적인 요구조차 하지 못했다.
그게 당시 대표가 원했던 그림이었던걸 수도 있다.
하루는 허리 통증이 있는 회원이 신규 등록을 하였는데, 수업을 맡으려는 트레이너가 아무도 없어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수업이 부여되었다. 난 허리가 살면서 아파본 적도 없었고 아픈 사람은 어떻게 운동을 시켜야 하는지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다.
내가 받은 3일간의 교육은 그냥 적당히 회원님들 비위 맞춰주면서 이야기해 주고 힘들게 굴리면 된다는 내용뿐이었다.
여하튼 일단 주어진 고난은 어떻게든 헤쳐나가야 하니 당시 PT 팀장에게 신규 회원님의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받고자 질문을 했다.
내가 이후에 많은 트레이너들을 교육하면서 100번은 넘게 이야기했던 명대사가 이때 등장한다.
"이건 편법인데 네이버에 허리 아픈 사람 운동법 찾아서 가르쳐"
".... 네?"
이게 회당 5만 원을 낸 회원을 대하는 트레이너 경력 15년 차 팀장의 대답이었다.
수업 2회 만에 내 트레이너 생활 통틀어 처음이자 마지막의 환불이 나왔다.
그럴만하다. 그분은 일상에서 불편감을 느끼는 정도의 통증을 느끼고 더욱 튼튼해지고자 비싼 돈을 내고 PT를 등록하였는데 내가 참고한 블로그는 허리 수술 환자나 허리를 쓰기 어려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블로그 글을 보고 그대로 가르치고 있었으니 회원은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었을 것이다.
환불 사건 이후로 이 업은 그만해야겠다는 결심을 하였고,
일단 좋든 싫든 실력도 없는 나를 믿고 따라와 주는 회원에 대한 예의는 지키고자 이 분들은 내 손으로 마무리하고 그만 둘 적절한 시기를 보고 있었다.
퇴사를 결심하고 타이밍을 보고 있던 중 내 인생의 반환점이 시작되고야 말았다.
헬스장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긴 것이다.
대표는 도망치듯이 사라졌고 헬스장을 인수한 무식하게 생긴 인수자는 나의 트레이너 인생에 있어 아주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그 인수자는 당시에 있던 트레이너들을 모아두고 여러 질문들을 하였는데,
그중 운동 지식에 관한 간단한 질문을 하였을 땐 그 누구도 입조차 뻥끗 조차 하지 못했다.
다들 무지 했으니까.
지금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나 무시하는 거야?"라고 대답할 정도로 어렵지도 않은 질문이었으니
다시 생각해 보면 웃기지도 않는다.
반대로 말하면 그 사람은 대한민국 헬스 트레이너의 수준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람의 영향으로 나는 공부라는 것에 눈을 떴다. 이건 명백한 사실이다.
(현재는 그 사람과 법적인 소송 중으로 껄끄러운 관계이지만 나의 트레이너 생활에 굉장한 도움을 주고 많은 변화를 일으켜 준 은인인 건 자명한 사실이다.)
약 15,000,000원.
내가 5년 동안 공부를 위해 들인 금액이다.
난 체육 관련 대학교를 나오지 못했고 대학 중퇴자로 실질적으론 고졸이다.
운동 관련 서적에 돈을 아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며,
평일 근무 후 주말은 무조건 교육을 받는데 투자하였다.
이것이 나의 트레이닝의 가치관이자 회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
회원이 지불하는 돈은 나에 대한 신뢰이면서 다시 내가 결과로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배움에 절대 소홀할 수 없었다. 나는 그 큰돈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최소한 강습비를 요구할 때 떳떳해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주말을 몇 년 동안 반납하며 공부하고 배우며 지냈다.
(국가 자격증이 아닌 사측의 자격증이다. 물론 수료증, 자격증만 많다고 똑똑하고 유능한 것도 아니다.)
나의 노력이 새로운 대표에게 닿기라도 한 것일까 급여의 대우가 상당히 높아지고 있었다.
나는 덜 일하고 더 벌어가는 구조가 되어갔고 어느새 트레이너를 교육하는 트레이너가 되어 있었다.
아무것도 몰라 네이버 블로그를 보고 운동을 가르치고 환불도 나왔던 내가
나보다 경력이 많은 트레이너에게 교육을 하고 돈을 받아 간다고 그 누가 생각 했을까.
내가 정말 입이 닳도록 트레이너 선생님들한테 했던 말이 있다.
"당신들이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5만 원, 7만 원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셔라"
침묵.
물론 지불하는 모든 금액이 트레이너 선생님에게 고스란히 가는 것은 아니지만
몸을 만지고 건강을 관리해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면 돈을 떠나 직업에 대한 사명감은 반드시 가져야 하며, 더 발전하기 위해 하루도 게을러서는 안 된다.
평균 PT 비용은 회당 5만 원에서 많게는 8~10만 원까지 분포되어 있다.
50분 수업을 기준을 봤을 때 회당 5만 원이면
10분당 1만 원인 꼴이다.
이 금액은 도대체 어느 기준으로 누가 설정한 금액인지 모르겠지만 너도 나도 비슷한 금액을 제시한다.
소비자는 이 금액이 합당했는지 아닌지는 판단할 방도가 딱히 없다.
경험칙에 의해 싸고 비 싸고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예방이 불가능하다.
PT 강습 비용이 비싸지 않냐는 의견에 대부분의 트레이너와 헬스장 대표들은 한결같이 이야기한다.
"나는 이 운동을 하기 위해 내 시간을 투자했고 직접 몸으로 경험하고 바디 프로필도 찍고 시합도 경험한 총합의 비용이다"라고 말이다.
이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직종을 막론하고 경험이라는 것은 존중되어야 하고 가치를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명백하게 다른 점이 있다.
고객이 돈을 지불하는 가장 큰 이유는 '너의 경험을 내가 돈으로 지불하겠다'가 아닌 '내가 원하는 목표에 가장 안전하고 명확하게 도달할 수 있도록 강습을 해달라'는 것이다.
비슷한 듯 보이지만 완전히 다르다.
감기를 자주 걸리는 사람이 뛰어난 의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감기에 대해 공감하고 이해도가 뛰어날 수는 있지만 감기를 고치는 의학 지식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마찬가지로 본인이 좋아서 시작한 운동, 콤플렉스를 타파하기 위해 시작한 운동을 경험이라는 신성한 행위에 감춰버리려고 한다면 운동 지도자로서 창피함을 느껴야 한다.
자성해야 한다.
본 글의 제목이 공격적이라고 느껴 불편감을 느끼는 독자(운동 지도 종사자)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발전도 없고 배움, 지식, 실력도 없는 트레이너에게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고 배우고 있거나 배웠던 고객들이야 말로 가장 불편하고 역겨울 것을 생각하면 그런 감정조차 사치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