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를 맞닥뜨리기 위해 시작했던 운동이 어느새 나의 자신감과 에너지 그리고 행복으로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에게는 누나가 하나 있다. 남매이지만 성격, 성향이 같은 면이라곤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여러 가지로 다름을 느낀다. 그런 누나가 내가 고향인 대전을 다시 돌아왔을 때 크로스핏이라는 운동 삼매경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처음으로 운동을 좋아한다는 비슷한 성향을 찾을 수가 있었다. 크로스핏을 다니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머리를 맴돌기도 전에 "나도 다닐래"라며 그 자리에서 바로 따라나섰다. 이것만이 나의 오랜 콤플렉스를 깨부술 수 있는 기회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직도 그 느낌이 잊히지 않는다.
처음 크로스핏 박스를 등록할 당시 181cm에 체중 60kg이었으니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 코치들이 나를 심히 걱정하지 않았을까 싶다. 크로스핏은 생각보다 격하고 부상 위험이 꽤 높다고 볼 수 있는데, 나의 외관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여러 기술들을 금세 체득하고 따라잡기 시작했다. 다만, 예전과 마찬가지로 힘적인 면에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조금씩 뒤처지고 있었다. 콤플렉스가 사라지기는커녕 다시 스스로를 자책하고 답답해하며 나의 모습을 숨기기에 급급해졌다. 다시 도피처가 필요해졌다.
내가 가끔 서점에 들러 사 오던 잡지가 있었다. 지금도 출간되는지는 모르겠으나 맨즈 헬스라는 잡지를 두어 달에 걸쳐 한 권씩 구입을 하곤 했다. 잡지 안에 실려있는 보디빌더를 보면서 감탄을 하기보단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욕구에 휩싸였다. 저렇게 된다면 나의 외적인 '콤플렉스'는 사라질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크로스핏이 아닌 헬스라는 다른 대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공부를 마치고 딱히 하고 있던 일이 없던 나는 하루 종일 웨이트 트레이닝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내가 말라 보이지 않기 위해 아니 내 덩치가 너무 커서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만들기 위해 그냥 무작정 잡히는 대로 하루 3시간 이상씩 운동을 하였고 식사는 5끼씩 억지로 입안에 쑤셔 넣었다. 20여 년간 변하지도 않던 몸이 하루아침에 변할 리가 없었다. 나는 더 초조해졌고 속이 타들어가는 만큼 헬스장에 출석을 하였고 내 위장은 더 고통을 받아야 했다. 하루 두 번씩 일주일 열네 번 출석을 하였고 체중계가 변하지 않으면 눈에 보이는 모든 음식은 입으로 직행시켰다.
체중계 앞자리가 7로 변했다. 꼬박 1년이 걸렸다. 하지만 내 몸은 잡지에 나온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고 그냥 아직도 말라깽이 한 명이 거울 앞에 서있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나 자신을 창피해하고 숨겨가며 2년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체중은 75kg 정도로 늘어났고 그즈음 주변에서 칭찬이 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이 이런 마음일까? 몸이 좋다는 말 한마디에 나의 뇌는 도파민 중독(도파민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강박증, 조현병, 과대망상 등이 일어날 수 있음)에 걸린 사람처럼 헬스장을 향한 내 발구름 더욱 강력해져 갔다.
한때 내 몸을 보고 평가되기 싫었던 체중 콤플렉스에 빠져있던 내가 이 시기 무렵부터 보디빌더 선수가 된 것처럼 옷을 한 겹씩 더 벗어던지고 있었다. 콤플렉스를 맞닥뜨리기 위해 시작했던 운동이 어느새 나의 자신감과 에너지 그리고 행복으로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땐 정말 몰랐다. 콤플렉스에 벗어난 줄 알았던 내가 새로운 콤플렉스에 빠져 나를 다시 갉아먹을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