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슬기로운 컬렉터 생활을 위하여
첫 그림을 장만했다면, 이제는 스스로를 컬렉터라고 불러도 괜찮다.
하지만 그림을 샀다는 것은 컬렉팅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림을 산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소중한 첫 그림을 어떻게 설치하고, 관리하고, 즐길지에 대한 실용적인 고민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운송과 설치는 보통 구입처와 협의해 진행하게 된다.
옥션의 경우 자체 작품관리팀이나 설치팀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고, 갤러리의 경우 전문 미술품 운송업체와 협업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구입처와 운송 일정과 설치 장소를 조율하여 작품을 받게 된다.
만약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구입한 경우라면 상황에 따라 현장에서 직접 픽업도 가능하지만,
전시를 통해 작품을 구입한 경우에는 전시 기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부분은 구매 시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작품을 집에 바로 설치할지, 아니면 수장고에 보관할 것인지도 고민되는 일이다.
만약 당신의 집 벽에 설치한다면, 작품에 직접 햇빛이 닿지는 않는지, 온습도는 적절한지를 체크해 보자.
참고로 직사광선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으며, 온습도의 경우 일반적으로 생활이 쾌적한 정도라면 큰 문제는 없다.
작품 보험을 드는 건 생각보다 간단하지는 않다.
보험사마다 요율이나 기준이 다르고, 또 작품의 설치나 보관 컨디션에 따라 보험 가입이 거절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작품의 경우 온습도 조절 장치나 소방시설 설치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만약 당신의 소장품이 상당히 고가이거나, 장기적인 보관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보험을 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만약 당신이 아파트에 거주한다면, 작품을 거는 첫 번째 자리는 보통 ‘소파 위 벽면’이 된다.
이 공간에 가장 적당한 크기는 보통 30-50호의 평면 작품이다.
최근에는 모던한 인테리어가 유행하면서, 이우환이나 이배 같은 작가의 단색화나 추상 계열이 오랫동안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기도 하고, 시각적인 부담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계절이나 공간의 용도에 따라 작품을 바꿔 걸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거실, 서재, 침실에 어울리는 작품은 다를 수밖에 없다.
또, 겨울이나 여름 같은 각 계절의 무드를 담고 있는 작품을 때에 따라 교체하는 것도 기분 전환의 한 방법이 된다.
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취향이다.
자주 보게 되는 자리, 오래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작품을 걸어둔다면, 그리고 그 작품이 내 공간에 잘 어울린다면 더욱 애정 어린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처럼 컬렉션을 하나씩 늘려가면서 자신만의 취향을 구축하는 것도 컬렉팅의 큰 묘미이다.
작품을 구입했다면 보존을 위해 표구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표구는 작품을 보호하고, 오염이나 파손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표구의 세계도 아주 방대하다.
우드, 스틸, 앤틱 프레임 등 작품의 성격과 분위기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어떤 이는 표구를 ‘작품에 입히는 옷’이라고 표현하기도 할 정도로,
잘 어울리는 표구는 작품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유리 혹은 아크릴을 덧대어 작품을 보호하는 방법도 있다.
어두운 색감의 작품이라면, 무반사유리를 사용하면 감상하기 훨씬 편하다.
비용은 다소 비싸지만 자외선 차단 기능이 포함된 유리도 있으며, 예민한 재료의 작품이라면 이런 옵션을 선택하는 것이 장기 보존에 도움이 된다.
그림을 산다는 것은 다른 물건을 사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나와 공간과 시간을 함께 나누는 대상을 들이는 일이다.
그래서 작품 컬렉팅은 구입 그 순간보다 그 이후의 시간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글을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림과 함께하는 법을 익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