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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소라 Mar 25. 2024

침묵을 통해 말하는 물방울 작가

다큐멘터리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리뷰

1. '물방울 화가' 김창열


김창열, <물방울>, 1977, 15.8 x 22.7 cm


아마 김창열 작가의 이름은 낯설 수 있어도, 물방울을 그리는 화가라는 별칭은 꽤 많이 알려져 있다.  

일명 '물방울 화가'로 통하는 김창열 화백의 작품은 여러 유명 호텔 로비에서도 볼 수 있으며, 2021년도에는 케이옥션에서 단 한 개의 물방울이 8200만원(!)이라는 가격에 낙찰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 생애

김창열 화백은 1929년 평안남도 맹산에서 출생하였다. 16세에 월남한 김창열은 이후 서울에서 이쾌대가 운영하던 성북회화연구소에서 그림을 배웠다. 이후 1957년 현대미술가협회를 결성했는데, 이후 박서보 작가 또한 이 협회에 가입하였으며, 이 협회의 전시 이름인 '현대전'을 통해 한국의 앵포르멜 운동을 주도하였다.

이후 1965년부터 런던, 뉴욕, 파리 등 미국과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하였는데, 지금까지도 잘 알려져 있는 물방울 시리즈는 파리의 아틀리에에서 캔버스에 맺힌 물방울을 보고 영감을 얻어 1972년부터 시작하였다.

2021년 1월 5일, 향년 91세의 나이로 타계하였다.



3. 다큐멘터리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이 다큐멘터리는 김창열 화백의 둘째 아들인 사진작가 김오안 감독, 그리고 마찬가지로 사진작가인 브리지트 부이오 공동 감독의 작품이다. 김오안 감독은 파리 국립미술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했다. 

이 영화는 김창열 화백의 내면을 탐구하며 시작한다. 영화 속 김창열 화백은 마치 현자 같은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내면에 숨겨진 폭력성과 광기를 이 작업을 통해 이해하고자 한다.


"물방울을 그린다는 것은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백 방울, 천 방울의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프로젝트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만개, 십만 개의 물방울을 그린다는 것은...
어떤 사람이 되어야 그렇게 노예처럼 될 수 있겠습니까?
단순히 인내심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극단적인 야망 혹은 약간의 광기였을까요?
혹은 보다 깊은 영적인 것이라 하면 충분한 설명이 되겠습니까?
저의 작업은 이러한 물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영화적으로도 뛰어난 연출을 보여준다.

검은 화면에 흰 연기처럼 피어오르며 시작하는 영상은 묵직한 사운드와 함께 어느새 연기가 아닌 물로 변화하면서 김창열의 작품의 원천인 물의 다양한 형상을 드러낸다. 이러한 연출을 시작으로, 손이나 얼굴의 고요한 클로즈업으로 인물의 내면에 주목하는 방식, 혹은 여러 물방울의 형상들을 계속해서 연결시켜 보여주는 방식은 물방울 작업의 다채로움을 보여주는 동시에 관람객으로 하여금 물방울의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결국 이 다큐멘터리는 김창열에 관해 '침묵의 화가'로 정의한다.

김오안 감독은 김창열 화백에 대해 "아버지가 자신에게 전달한 것 중에서 꼭 하나만을 간직해야 한다면 그건 지혜도, 끈기도, 자유도, 솔직함도 아니라 아마 침묵일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성공한 예술가로, 그를 존경하는 사람들 사이에 항상 둘러싸여 있지만 심지어 가족들 사이에서도 그는 주변인이며 침묵하며 거리감을 유지한다. 이는 그가 오랫동안 간직해 온 전쟁의 상흔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며, 살아남은 사람의 의무감의 일부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한평생을 침묵을 지키며 고독한 예술가로 살아온 그의 생애를 아들의 시선에서, 그리고 여러 각도로 다시 한번 조명하는 작품이다.



4. 전시정보

* 운영시간 : 매주 화-일 9:00 - 18:00

* 입장료 성인 2,000원

* 김창열 작품을 주제로 항상 다른 기획전이 열리고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참조





<참고>

[서곡숙의 문화톡톡]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 물방울에서 시작해서 침묵으로 끝나다

SIFF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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