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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다D Sep 27. 2021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게 쓰레기에 대처하는 방법

'쓰담달리기' 말고 '쓰담걷기'라도


“엄마! 누가 쓰레기를 버렸어요!”


어린이집 등원을 위해 탄 엘리베이터에서 딸 J가 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엘리베이터 구석에는 보라색 사탕껍질이 떨어져 있었다. 누군가가 일부러 버렸다고 답하기에는 순간 마음에 걸렸다.


“그러게, 누가 모르고 떨어뜨렸나 보다.”


그러자 J는 예상치 못한 아니 어쩌면 당연한 말을 했다.


“우리가 쓰레기 주울까요?”


순간의 망설임을 숨기고 J가 움직이기 전에 재빨리 사탕껍질을 주우며 말했다.


 “엄마가 가져가서 버릴게!”






네 살 J와 길을 걸을 때면 비 온 뒤 땅 위에 말라있는 지렁이, 벚꽃나무 아래 떨어진 진보라색 버찌 열매, 바람에 날려 발 밑으로 날아온 낙엽 한 장까지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엄마! 지렁이가 왜 나와있어요?”

“엄마! 바닥이 왜 이렇게 까매요?”

“엄마! 나뭇잎이 어디서 날아왔어요?”


길에서 쓰레기를 만나는 상황은 지렁이와 버찌 열매, 낙엽을 만나는 일보다도 자주 생겼다.

그럴 때마다 내 입에서 먼저 튀어나오는 말은 “만지면 안 돼!”였다. 

J는 엄마의 목소리에 더욱 깜짝 놀라며 “길에 버리면 안 되는데 누가 버렸지?”하고 중얼거렸다.

멋쩍은 나는 청소하시는 분들이 치워주실 거라며 변명을 하거나, 우리는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는 말을 하며 은근슬쩍 지나쳤다.




살면서 쓰레기가 떨어져 있는 걸 보면 주워서 버리는 편이었다. 우리 할머니가 그러셨고 부모님이 그렇게 하셨다. 어린 내가 보기에는 더러워 보이는 것도 성큼 주워 쓰레기통에 넣곤 했는데, 나도 그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쓰레기를 줍더라도 버릴 곳이 없다.

쓰레기를 줍게 되면 집까지 가지고 와야 한다. 더구나 코로나 시대에 들어서면서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버린 쓰레기를 J가 맨 손으로 줍도록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을 종종 겪게 되면서 쓰레기를 만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쓰레기를 집은 것 마냥 찝찝한 상태가 계속되었다. 어릴 때부터 쓰레기를 보면 주워야 한다고 배웠는데 엄마인 내가 J에게 줍지 말라고 하고 있었다.


그러다 J의 한 마디로 자의 제로 타의 백 퍼센트의 마음으로 사탕껍질을 줍게 되면서 엄마로서 어딘가 모르게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 이야기를 쌍둥이 언니에게 했더니,


“J 꺼 면장갑 있잖아. 장갑 끼고 긴 집게 하나 들고 같이 쓰레기 줍기 하면 되지!”


그렇다. 주말 아침에 J와 아파트 단지라도 한 바퀴 돌아볼 생각은 왜 못했을까?

어릴 적 선생님 뒤를 따라 쓰레기 봉지를 하나씩 들고 친구들과 학교 주변을 돌던 기억이 떠올랐다.

무겁고 찝찝했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쓰레기 줍기에 관심을 가지다 '플로깅(plogging)'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조깅을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쓰담달리기'라고 부른다.

운동도 하고 환경도 생각하는 다.


갑자기 너무 비장해지는 느낌이지만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환경을 위해 작은 무엇이라도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또한 지속되어야 한다.


마침 플로깅이라는 것이 상당히 신박하게 다가왔다. 비록 저질 체력이라 뛰지는 못하더라도 슬슬 걸으면서 하면 된다.


코로나 시대를 살면서 당분간은 어딘가에 떨어진 쓰레기를 마주했을 딸에게 기꺼이 워도 된다고 말할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다.

그렇지만 J와 함께 쓰담걷기 정도는 꾸준히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주말, 가족과 함께 아파트 단지의 쓰레기를 주우러 나가보려고 한다. 장갑과 집게도 찾아두었다.


보물찾기 하듯 쓰레기를 줍고 뿌듯해할 J의 얼굴이 벌써부터  떠오른다.



* 플로깅(Plogging): '이삭을 줍는다'는 뜻의 스웨덴어인 plocka upp과 영어 jogging의 합성어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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