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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올 Feb 04. 2021

[칼럼]건강하고 올바른 공연 문화의 진정한 의미

지난 1월 27일, 뮤지컬 ‘마지막 사건’(㈜더웨이브)의 SNS 계정에는 아주 이상한 공지가 올라왔다. 공지에 따르면, 티켓 2매를 예매한 경우 예매자 본인 명의의 증빙 티켓 1매와 동반자 명의의 증빙 티켓 1매, 두 사람의 신분증이 필요하다. 동반자 티켓 뒷면에는 동반자의 ‘이름, 핸드폰 번호 뒷자리’를 기입한 후 제작사 측이 ‘확인 도장’을 찍어준다. 동반자의 개인정보 요구와 확인 도장 날인의 경우에는 추후 해당 티켓을 증빙으로 사용해도 된다고 제작사 측이 승인했다는 증명이다.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운영 방침(두 칸 띄어 앉기)에 따라 줄어든 좌석에 대한 불법 거래를 단속하기 위해 많은 제작사들이 티켓 예매 및 수령과 관련하여 강화된 본인 확인 절차를 시행하고 있다. 예매 시 본인 또는 가족 아이디로만 구매가 가능하며, 티켓 수령 시에는 본인 실물 신분증, 가족 명의의 경우 실물 가족관계증명서와 본인 실물 신분증이 확인되어야만 티켓 수령이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조치는 일견 불법 프로그램(매크로)을 사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에 대한 제재와,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선량한 일반 관객들에 대한 구제책으로 보인다. 연극 ‘얼음’의 제작사 ‘파크컴퍼니’는 본인 확인 절차에 더해 특정 배우 회차에 과도하게 집중된 불법 거래를 단속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불법 거래 게시물과 예매처 ID를 집중 관리하는 방식은 지금까지 많은 제작사들이 방치하던 불법 거래가 단속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증명해주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확인 과정에서 관객에게 과도한 증명을 요구, 개인 간 메시지를 열람하는 사생활 침해 사례가 발생하거나, 예매 방식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불법 예매자로 잘못 분류된 관객들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야 하는 피해 사례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공연장에서는 모바일 학생증 및 패스(PASS)앱을 실물로 인정하지 않아 티켓 수령이 거부된 사례가 있다. 해당 공연의 공지에는 온라인 캡쳐본 및 사본이 불가하다고 기재되어 있으며, 거부된 두 신분증은 불가 사례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 중 패스 인증서는 연말정산 등 실제로 공식적인 본인 인증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과도한 본인 확인 절차가 시작된 기저에는 불법 거래 단속을 통해 해당 티켓들이 선량한 일반 관객의 예매로 이어지게 하기 위한 목적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도 불법 예매된 티켓이 취소되기도 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제작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질적인 노력과 근본적인 해결책보다는 신분증 확인이라는 가장 일차원적인 방법으로 관객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제작사가 대다수인 실정이다. 그리고 예매자와 실관람자가 일치해야 한다는 제작사의 요구에 따라 예매자는 부득이하게 갈 수 없는 사정이 생기더라도 타인에게 양도하지 못하고 예매처에서 요구하는 취소수수료를 내야 한다. 대부분의 예매처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제3조 별표2. 10.1 공연업)에서 권장하고 있는 취소 수수료의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해 많은 제작사들은 예매처의 문제라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 결국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관객들의 몫인 셈이다.
 
‘두 칸 띄어 앉기’로 인해 확연히 줄어든 객석에 대한 부담감은 공연제작사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가지고 있다. 이미 11월 말부터 수없이 반복되고 있는 티켓 예매와 재예매는 피로도를 높이고 있으며, 절반도 되지 않는 좌석에 대한 예매는 이전보다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누적되는 피로감에도 불구하고 계속 공연 관람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무대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하며 관객들에 대해 지나칠 만큼 거칠어진 대응에 대해 많은 제작사들은 올바른 공연문화를 내세운다. 하지만 올바른 공연문화에 대해 힘써야 하는 것이 오로지 관객의 몫인지 되묻고 싶다. 그 동안 관객들은 자체적으로 불법 거래를 지양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고,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로 격상한 이후에도 꾸준한 공연 관람으로 지지를 표명해왔다. 이제는 공연제작사들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 31일에 새롭게 발표된 사회적 거리 두기 공연장 지침은 ‘두 칸 띄어 앉기’에서 ‘좌석 한 칸 띄어 앉기’와 ‘동반자 외 두 칸 띄어 앉기’로 변경되며 고사 직전이었던 공연계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미 여러 제작사들이 보여준 안일한 판단과 행동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관객들도 적지 않다.
 
‘마지막 사건’의 제작사 ‘더웨이브’는 예매처 티켓 예매 안내 조항의 말미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덧붙였다. ‘올바른 공연 문화 정착을 위해 자발적인 협조를 바랍니다.’ 진정 올바른 공연 문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관객들에게 요구하는 자발의 의미에 대해서도 모든 공연 제작사들이 다시 한 번 제대로 고민해 보길 바란다. 관객들도 건강하고 올바른 공연 제작사와 문화가 정착하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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