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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명 Oct 25. 2024

처음은 누구나 서툴다


은퇴한 다음 날부터 주방보조로 인생2막을 시작합니다. 설거지부터 해봅니다. 쉬운 것 같은데 옆에서 보는 사람은 열이 납니다. 세제를 넘 많이 써 거품이 많고 행구는 물이 튀어 주변이 흥건하고, 건성건성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쨍그랑! 그릇을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최악입니다. 아 놔, 다신 설거지 한다고 하지말라구. 욕 나옵니다. 잠깐, 그래도 그건 아니죠. 좀 참고 지켜보시죠. (설거지 안 할려구 일부러 그러는 인간도 있을까요.)


설거지나 구구단이나 비슷할 겁니다. 초등학생은 구구단을 배웁니다. 처음엔 실수가 많죠. 열불 난다고 엄마가 대신 구구단을 해줄 수는 없겠죠. 참고 지켜보면 잘 할 날이 올 겁니다.


살다보면 모든게 처음이고 서툴기 마련입니다. 처음하는 직장생활 낯설고 서툴죠. 시간이 지나면 프로가 될 겁니다. 처음하는 결혼생활 낯설고 서툴죠. 시간이 지나면 잘 적응할 겁니다. 두번째면 더 잘할까요^^


사랑엔 누구든 서툴죠. 사랑을 하게 되면 설레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사랑에 익숙하고 노련하다면 누가 좋아할까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은 뭘까요. 두려움일 겁니다. (인간의 뇌는 원초적으로 파충류의 뇌로 출발합니다. 공격할 것인가, 도망갈 것인가.) 낯선 것에 대해 처음 만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져야 생존에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니 익숙한 것에 습관적으로 매달리기도 합니다. 계속 만나게 되는 ‘처음’에 도전할 것인가 도피할 것인가는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처음이라 더 잘 할 수도 있습니다. 처음의 각오, 진정성, 열정 등이 중요합니다. 오래 경험했다고 해서 열심히 하지는 않는 법이니까요. 그리고 처음부터 잘 하면 무슨 재민가요. 조금씩 배우고 깨지고 성장하는 삶이야말로 축복입니다. 실패조차도 하나의 과정이고 경험이고 인생입니다.


오늘 하루도 처음 맞이했네요. 어제 하루의 질곡에서 벗어나 오늘 하루에 어떤 빛을 볼 수 있을까요. 뭐 오늘 하루 또 고통스러웠다고 해도 너무 힘들어하지 말길 바랍니다. 또다른 하루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이생망! 이번 생은 망했다구요. 이 절규는 다음 생을 기대하는 것일까요. 그보다는 이번 생에 대한 강한 희망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아닐런지요. 누구에게나 인생 자체가 처음이네요. 서툴지만 아니 서툴기에 살아가는 것 또는 살아내는 것이 아름답습니다. 겨울을 잘 버티면 어김없이 봄이 오고 여름을 잘 견디면 어김없이 가을이 옵니다. 60번 넘게 봄을 맞이하지만 항상 봄은 설레고 반갑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다 의미있고 아름답습니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불안이 현재의 그대를 지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을 하듯이 인생을 마주한 그대는 설레고 어찌할 바를 모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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