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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닷새 Aug 16. 2023

'공휴일'이 아닌 '광복절'을 보내며

광복절보다 공휴일?


 2023년 8월 15일, 그저 지친 일상에 찾아온 단 하루의 휴일 그 정도로 보낼 수도 있었다. 그렇게 매년 찾아오는 광복절이라는 이름의 공휴일은 어느새 내게서 진정한 의미가 무뎌지는 듯했다. 솔직히 말해 며칠 동안 광복절에 어디로 놀러 갈지 정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결국 목적지를 정하지 못해 외식을 하고 카페를 다녀온 게 일정의 전부였다.


 마트에서 장까지 본 후 집에 돌아와 소파에 앉으니 '영화나 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리모컨을 들고 넷플릭스를 켜니 문득 영화 <암살>이 떠올랐다. 광복절이기도 하고 본 지 오래됐으니 내용을 다시 기억할 겸 검색했다. 그리고 <암살> 옆에 함께 뜬 영화 하나가 보였다.




우리의 <영웅>


 <영웅>. 검색 결과를 눈앞에 띄워두고 볼지 말지 5분 정도 갈등했다. 얼마나 무거운 내용일지 두려웠던 게 컸던 듯하다. 그리고는 무언가에 홀린 듯 재생 버튼을 눌렀다. 영화는 주연 배우 정성화의 노래와 함께 '단지 동맹'의 결의를 보여주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그렁그렁 눈물이 차올랐다.


 역사를 바탕으로 한 작품을 접할 때면 그 결말을 알기 때문에 마음이 아픈 경우가 종종 있다. 요즘 아주 재밌게 보고 있는 드라마 <연인>도 그렇고 어제 본 <영웅>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아들에게 죽음을 권하는 마리아 여사의 편지는 잘 아는 내용이었어서 더욱 절절하게 다가왔다. 잠시 긴장을 풀고 분위기를 푸는 장면이 나와도 마냥 마음 놓고 웃지 못했다. 뮤지컬 영화로서 음악이 그 감정을 증폭시켜 밝은 장면에서도 마음 한 켠이 저릿했다. 짙은 호소력을 가진 노래 가사가 한 줄 한 줄 마음속 깊이 파고 들어왔다. 영화에 실제 독립운동 그 고통과 애환이 다 담기지 않았을 텐데도 마음이 너무 아파 보기 힘들었다. 중간에 그만 보아야 하나 잠시 고민도 했다.


  감상하는 내내 그분들의 기개를 반의 반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물었다. 아무리 물어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현재를 살아가는 지금의 나로서도, '그분들과 같은 시대에 태어났다면?' 하고 가정하는 가상의 나로서도. 안중근 의사의 사형 선고를 듣고 어머니 마리아 여사와 부인 김아려 여사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때에는 절절한 마음이 극에 달해 "그냥 독립운동하지 마세요!"라는 말이 나왔으니 말이다. 나는 그저 운이 좋아 평화로운 시대에(아직 전쟁 중인 나라가 많지만) 그분들이 선물한 '내 나라'에서 태어났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고 난 뒤 마음이 많이 무거워졌다. 결코 유쾌하지 않은 기분으로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잠시 생각해 보니 광복절을 이렇게 보내는 것도 옳다고 느꼈다. 독립 운동가 분들이 목숨 바쳐 되찾은 나라에서 그분들의 마음을 느껴보고 가슴깊이 감사하는 이 시간이 유쾌하지 않은데 유쾌하고 개운하지 않은데 개운했다.


 그렇게 또 한 번 다짐한다. 그분들의 숭고한 노력과 기백을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결코 먹칠하거나 깎아내릴 행동은 하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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