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온도의 두 사람이 만나서 적정온도를 유지하는 일.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아서 놀랄 일도 없고, 가까이 있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온도. 한쪽이 뜨거워지면 다른 한쪽이 차가워져야 적당한 온도가 된다. 타인의 온도에 맞춰서 내 온도를 맞추는 일은 쉽지 않다. 내 온도를 내어줄 만큼 상대방에게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
"웃는 포인트가 같으면 일상이 즐겁고
분노하는 포인트가 같으면 가치관이 같다."
장항준 감독의 이야기이다.
사랑은 뜨거운 게 아니라 뚝배기처럼 은은한 온기를 유지할 수 있어야 가능한 것 같다.
그래도
사랑을 시작하게 하는 건
나와 다름에서 오는 설렘이었을 텐데
온도차가 클수록 설렘은 컸을 텐데
함께 웃고 함께 우는 온도를 찾지 못하면
설렘이 사라진 자리를 불편함이 채운다.
큰 마음먹고 할부로 산 가방이 설레지만
늘 드는 건 여기저기 손자국이 묻은
데일리백.
하지만 데일리백을 보고 심장이 진자운동을 하지는 않지.
그래도 나이 들수록 비슷한 온도의 사람을 찾게되는 건 잠깐의 설레임조차 버겁게 느껴지기 때문일 거다. 피자 파스타가 김치찌개 된장찌개를 대체할 수 없는 이유겠지.
어렵다.
시작은 쉽지만
유지하는 것도 마무리하는 것도
어려운 사람의 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