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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문 Jul 22. 2023

무거운 밤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한 지 20년이 훌쩍 넘은 지인은 이제 아이들에게 예전 같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며 자책했다.

교사가 천직이라며,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보다 예쁜 건 없다고 했었는데. 진급하지 않으면 퇴직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고.

퇴근 후에 걸려 오는 학부모 전화, 선생님을 이기고야 말겠다는 당돌한 학생, 수십 년간 쌓인 피로감이 일에 대한 회의감을 불러온 것 같았다.




직장동료분의 따님은 사립학교 교사였다. 아이들을 좋아해서 학년이 바뀔 때마다 헤어짐이 아쉬워 눈물을 흘릴 만큼 진심을 다했다. 하지만 사직을 하고 공립학교 임용시험 준비를 했다. 점심시간에 약속 없이 찾아오는 학부모 면담에 응하느라 식사를 거를 때도 많았다. 퇴근 후 밤 10시, 11시에도 연락해 오는 학부모가 있으면 받아야 했다. 교장 선생님의 지시사항이었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돌보아야 한다는데, 그런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이를 위한 거라고 할 수 있을까. 그 아이는 바른 생각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꿈을 이룬 곳에서  절망적인 현실을 마주한 선생님의 마음이 어땠을까. 죽음 밖에 선택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참담하고 슬프다.


대한민국 교육은 선생님 한 분을 또 잃었다.

 아이는 옳고 그름을 배울 기회를 잃었다.

마음이 아프다.

부디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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