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카카오톡에서 새로운 기능을 업데이트했다고 발표했다. 내가 설정한 프로필 사진에 친구들이‘좋아요’버튼을 누를 수 있도록 말이다. 마치 인스타처럼 변해버렸다. 단순히 메신저의 기능을 넘어서는 행보에 나는 당황스러웠다. 왜냐하면 나는 SNS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의 변화에 나는 어쩐지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 SNS를 하지 않는 내가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했던 카카오톡을 잃은 기분마저 들었다.
나와는 다르게 요즘 사람들은 일상을 보여주는 것에 익숙하다. SNS를 하지 않는 나도 한때는 인스타를 한 적이 있다. 누군가에게 내가 보여주고 싶은 일상의 단편을 보여주기 바빴고, 나와 연결된 지인 혹은 나를 모르는 사람이 눌러주는 좋아요 버튼 하나에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하기도 했다. 또 내 주변인들이 소위 ‘자랑할 만한 일’을 올리면 내 일상과 비교하며 자존감을 갉아먹던 시절도 있었다. SNS에 올리기 위해 요즘 유명하다는 카페, 혹은 유명한 맛집들을 퀘스트 깨듯이 다니기도 했다. 그럼에도 어쩐지 공허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점점 더 타인의 시선에 메여 있단 생각이 들었다. 그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나는 SNS를 깔끔하게 접기로 했다. 인스타를 하지 않는 내가 남들과는 달라 멋있다는 생각에 조금 우쭐하면서 말이다.
지난주 주말, 성수동 어느 유명한 카페를 방문해 커피와 빵을 시켰다. 이곳은 최근 텔레비전에 나오고 난 후 손님이 부쩍 많아진 곳이라고 친구가 먼저 오자고 했다. 잠시 후 쟁반 위에 놓인 빵과 커피를 보고 친구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음식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나 역시 누구보다 집중해서 사진을 찍었다. 미세하게 다른 구도의 사진이 수십 장 휴대폰 앨범에 쌓이고 나서야 우리는 커피와 빵을 먹기 시작했다. 틈틈이 카페의 특이한 내부 인테리어도, 친구들의 자연스러운 모습도 찍어주었다. SNS를 하는 친구와 하지 않는 나는 별다를 것이 없었다.
비단 카페만이 아니다. 맛집, 콘서트, 명품 등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법한 일상을 대할 때면 카메라부터 들이댄다. 개인 소장용이라며 찍어댄 사진은 휴대폰 앨범 속에 가득 찼다. 인물 사진보다는 음식, 장소 사진 위주로 말이다. SNS를 하지 않지만 남들만큼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다. 게시할 곳을 찾지 못한 내 사진은 앨범이라는 큰 바닷속을 부유하고 있다. 마치 내 사진첩이 하나의 인스타그램같다. 누구와도 팔로우 되어있지도 않은 비공개 인스타그램. 내가 그들과 다르다는 생각은 틀렸다. SNS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작 해야 할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적과 방향이 사라졌단 생각이 들었다.
뉴스를 보고 몇 주가 지나자 하나 둘 새로운 기능을 적용한 친구들이 보인다. 그럴싸한 사진 옆에 놓인 좋아요 버튼. 나도 적용을 해야 하나 망설여졌다. 끝끝내 그 버튼은 내 프로필에 등장시키지 않기로 했다. 대신 사라진 목적과 방향을 재 설정해 보기로 했다. 의미 없이 중첩되는 음식 사진은 덜 찍고, 사진 바깥에 있는 친구와 가족 인물에 집중하기로 말이다. 이것이 SNS를 하지 않는 나의 새로운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