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라 Feb 20. 2024

조카의 숨구멍

  나는 어릴 때부터 아이를 좋아했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늘 자청해서 나섰다. 하지만 아이를 자주 돌본 것에 비해 지식은 많지 않았다. 내가 하는 돌봄은 아이의 의식주를 챙기는 것보다는 재미있게 놀아주는 활동에 치중되어 있다. 나의 육아상식은 아주 기초 수준이었고 어떤 놀이를 해주어야 아이들이 좋아하는지에만 빠삭했다. 친구들이 하나 둘 아이를 낳고 몇 년전 친조카가 생기면서부터 육아상식도 하나씩 배우게 되었다. 나는 신생아 머리에 숨구멍이 있다는 걸 조카가 생기면서 처음 알았다.




  갓 태어난 조카를 보기 위해 동생네 집을 갔을 때다. 신생아를 안아보는 것이 처음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긴장되어 어정쩡한 자세로 안아 들었다. 품에 안고 관찰한 나의 첫 조카는 어린 천사였고 나의 사랑을 한순간에 다 가져가버렸다. 아이의 몸짓 하나하나도 놓치기 싫어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정수리 부근에서 생선 아가미처럼 팔딱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모르고 넘어갔을 텐데 조카의 머리숱이 없어 더 잘 보였다. 그것이 아이의 숨구멍이라는 걸 동생을 통해 알게 되었고 그 후로 조카를 볼 때마다 숨구멍이 잘 움직이고 있는지 확인했다. 뭐랄까. 숨구멍을 보는 것은 심장의 움직임을 직접 보는 것 같았다. 어떤 의미로는 생명의 숭고함마저 느끼게 했다. 조카의 머리에 또 다른 숨구멍이 있다는걸 알게된 이후로 내 마음도 콩콩 뛰었다. 경이로움은 두근거림이 되었다. 숨구멍은 태어나서 18개월 안에 닫힌다고 한다. 우리 조카의 숨구멍도 마찬가지였다. 조카의 성장이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조카가 크고 있다는 걸 나는 이제 무슨 수로 확인한담.




  그런 순간도 잠시 이제는 일곱살 꼬맹이가 되어 제법 이야기가 통하게 된 조카에게 그때의 이야기를 해줄 때가 있다. 특히 둘째 조카가 생기고 나서는 아이의 머리는 소중히 만져줘야 한다고 더 자주 말해주었다.


 

“시윤이가 아기일 때 머리가 콩콩 뛰었어. 시윤이 심장이 콩콩 뛰듯이 말이야.”



  이렇게 말하면 조카는 나를 이상한 사람 보듯이 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일방적인 관찰자였던 나는 이제 조카와 대화를 나누며 또다른 성장을 발견해 나간다. 숨구멍은 닫혔지만 작고 앙증맞은 입을 열고 하는 말을 들을 때면 생각이 자라고 있음을 느낀다. 특히 조카가 사랑한다 말해줄 때면 콩콩 뛰는 숨구멍을 볼 때 마냥 감동이다. 끝이 없는 성장과정을 지켜보며 내가 할 일은 조카에게 무한한 찬사를 보내주는 일이다. 비록 그것이 아주 사소하고 작더라도 말이다. 자고 일어나 내게 달려와 고모에게 사랑한다 말하는 조카의 작은 몸을 꽉 안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뽀뽀를 퍼 붓는다. 물론 닫혀버린 숨구멍도 빼먹지 않고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괜찮냐는 말 대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