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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셀러리 Dec 08. 2021

진중함과 성실함의 가치를 일깨우다 : 사진작가 강재훈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강재훈을 만나다 

사진작가 강재훈이 20년이 넘게 이끌어오고 있는 가장 오래된 사진 강좌 <강재훈 포토 아카데미>가 올해도 어김없이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22번째 사진전을 이끈 구도자와 같은 그와 만나보았습니다. 

강재훈 사진 <바람 앞에서>

한겨레 신문사에서 26년간 사진기자로 일하고 30년간 폐교를 앞둔 전국의 산골, 낙도의 분교 사진을 담아왔으며 2020년 정년을 맞아서 기자로서는 은퇴하였으나 정규 교육 과정이 아닌 사진 아카데미 가운데 가장 오래된 본인의 이름을 단 아카데미에서 20년이 넘게 교육활동을 이어가고 있음이란 이력에는 "일관성"이 보이고 있습니다. 


수많은 단체전과 12번의 개인전, 사진집과 에세이 등의 10여 권이 넘는 저작물을 발간한 이력도 있습니다. 

얼핏 보면 화려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꾸준함과 성실함"을 발견할 수 있는 궤적입니다. 


그는 "분교"사진 전문작가로 깊이 각인되어왔고 스스로도 사진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고민을 늘 하고 있다"라고 밝힌 만큼 잊히는 것들과 외면했던 상황들, 있는 그대로의 삶에 촉각을 세웁니다. 


작가 강재훈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인간 강재훈에 포커스를 맞추어 질문을 드리고 이어 '작가' 강재훈에 관한 우문현답을 진행했습니다. 


작가님이 작가나 기자가 아닌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념은 무엇인가요?

- 나의 말과 행동이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착하고 살맛 나는 세상으로 변화시키는 데 역할을 할 수 있게 살자. 마중물이 되게 살아보자

인간 강재훈을 표현하는 단 하나의 단어를 선택하신다면 어떤 단어로 표현하고 싶으신가요?

- 성실/ 꾸준함/ 살리에리

우스개 질문으로 악마의 재능에 소시오패스 인성 VS 평범한 재능에 마더 테레사급 인성 중에 무엇을 선택하실 거냐는 질문에도

강재훈 작가는 평범한 재능의 마더테레사급 인성을 택하셨습니다.



인간 강재훈과 작가 강재훈이라는 자아 사이에는 괴리가 있을까요?

-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책임감에서 벗어나 아주 자유로운 영혼처럼 마음껏 작품 세계에만 몰두해보고 싶을 때가 이따금 있습니다. 하지만 욕심이 앞선다고 되는 것이 아니니 현실을 직시하면서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인간 강재훈의 장점과 단점을 말씀해주세요

- 성실함이 장점이고 새로움을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것이 단점입니다.



강재훈 사진 <자작나무 숲에서> 인제 

작가님이 천착하신 분교 그리고 포도청에서 매년 주관하는 전시회의 주제들은 독특하면서도 울림을 전합니다. 그러한 작품의 주제를 찾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진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고민의 결과이자 기자라는 직업상 기자정신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분교의 경우는 자녀들의 초등학교를 분교에 보내며 삶이 겹친 공간이자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한 번 태어나 한 번 살고 가는 인생, 내게 주어진 에너지를 의미 있고 쓸모 있게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사진 작업은 어떤 작업을 하는 것이 타당할까? 그런 고민을 늘 하고 삽니다. 

작가님이 작품에 대한 영감을 받는 장소와 글을 소개해주세요

- 강원도 인제군 기림면 진동리에 있는 바람불이! 그리고 최승자, 정호승, 기형도의 시집과 이청준의 시간의 문을 좋아합니다. 

작가님이 정의하는 사진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 주세요 

- 내 인생이다 그리고 나의 말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작가로서의 약점이 있으신가요?

- 창의력이 부족하다. 

작품과 장비의 상관관계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 서부 영화 '셰인'을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총 좋다고 1등 명사수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해상력이나 초점 등의 아주 미세한 부분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정말 수 없이 반복된 노력에 의해 작품을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진작가로서 살아간다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사진작가의 행위라는 게 있을까요?

- 덤핑 행위와 거짓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덤핑 행위는 사진 한 컷 당 정당한 금액이 아니고 대량 생산물 제작하듯 제 살 깎아먹기 식으로 파는 행위입니다. 

현실적으로 사진을 좋아하고 사진을 직업으로 삼고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전업작가로 살아갈 수 있는 밥법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 냉정하게 말해 전업 사진작가로 살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없다.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사진 작업 이외의 수입으로 사진 작업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전업작가란 오직 사진 창작 행위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하는데 상업작가만 직업으로서 가능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인간 강재훈과 작가 강재훈은 예술가라기보다는 철학자 혹은 종교인 또는 구도자의 모습이었습니다. 

여전히 눈빛은 형형하고 입매는 굳건했으며 말투는 나직했으나 명료했습니다. 

가벼움이 오히려 미덕이 되어가고 있는 요즘, 

여전히 진지함과 무거움을 등에 지고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3시간 남짓한 만남에서도 느껴졌습니다 

늘 사유하고 고민하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부지런한 작업을 진행하는 작가님의 모습이 그의 신념대로 '거짓 없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원천이고 본인이 약점이라고 말하는 '창의력'의 문제는 이미 초월하였다고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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