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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셀러리 Nov 15. 2021

어른이를 위한 '그림'작가들

찬란한 그림책의 전성시대를 이끌다: 이유 있는 탐미주의자 월터 크레인 

여기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고 화려하며 복잡한 그림책이 있습니다. 

익숙한 미녀와 야수 속 야수는 지나치게 날 것의 동물 모습이고 화면은 여백이 1도 없는 답답할 정도로 꽉 찬 구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아이들에게 알파벳을 가르치기 위해 제작된 책입니다. 

하지만 알파벳의 대문자들보다 우리의 눈을 현혹시키는 것은 강렬한 검은색 배경 위 화려한 사람들과 소품, 동물 등이 가득한 그림들입니다. 

그는 편집증적일 정도로 화면 안의 모든 곳을 꼼꼼하게 채우고 집중하고 있습니다. 


19세기 영국에서 출판업 특히 그림책 시장은 비약적으로 발전합니다. 

명예혁명과 시민혁명을 거치며 성장한 신흥 중산층은 정치적, 물질적 힘을 가지며 교육과 자본 축적을 통해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며 이를 대물림하기 위해 자녀의 교육으로 눈을 돌립니다. 

또한 1870년 초등교육법이 실시되면서 어린이 교육의 전화기를 맞이하고 더불어 어린이 책의 발달 촉진이 이루어집니다. 

출판시장에 자본이 유입되면서 에드먼드 에번스(Edmund Evans)라는 뛰어난 조판자이자 기획자도 때맞추어 등장합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월터 크레인은 일러스트레이션의 "골든 에이지"를 이루는 시대의 기반을 다지는 작가로 자리매김합니다. 

그가 대중에게 인기를 얻고 일러스트레이션의 역사 속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분야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하지만 실상 그는 그림책뿐만 아니라 아주 다양한 활동과 장식예술 운동을 이끈 리더기도 했습니다. 

정치 팸플릿과 벽지, 세라믹 타일까지 그는 1880년대 초부터 윌리엄 모리스(영국의 공예가, 시인이자 사상가)의 영향을 받아  아르누보와 아트 앤 크래프트 운동을 이끌고 무정부주의자까지는 아니었지만 리버티 프레스(Liberty Press), 프리덤 프레서(Freedom Press)와 같은 출판사에 삽화를 그리고 사회주의 사상과 급진적 문학을 전문으로 파는 서점  "The Bomb Shop"의 외관 디자인과 장식을 맡았습니다. 


그는 자본주의가 인간의 아름다움을 희생시키고 물질적 이득에 전념하도록 만들어 인류가 가진 예술적 능력을 왜곡한다고 한탄하고 자본주의 체제 속 값싼 상업적인 예술의 창조를 촉진하는 불건전한 자극이라 주장했습니다. 


책 <The Claims of Decorative Arts>에서 장식 예술이 가진 순수한 가치는 회화나 조각 못지않음을 설파하고 일상적인 것은 오히려 아름다움을 가지지 못하고 조화로움 있는 예술로 나아갈 수 없다고도 주장합니다.



예술의 기계화, 양산화 경향에 반발하여 순정한 소재, 성실한 손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월터 크레인의 사상은 그래서 작품 속에 그대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예술을 사회의 변화를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도 보았는데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동화에도 단순한 스토리를 상쇄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복잡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도록 계산하고 의도해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배경을 채우는 소품 하나하나까지 정교하게 표현한 것에서 보이듯 읽는 대상인 아이들이 싫증 내지 않고 그림을 통해 자극을 받을 수 있도록 아름답고 섬세하면서도 환상적인 삽화를 만들어 냄으로써 “그림책”이 – 여러 정의가 있지만 –아동문학 또는 회화 같은 영역과 별개로 독립된 예술 형식으로 오늘날 인식되는 데 큰 공헌을 하였습니다. 


월터 크레인은 1800년대 영국의 가장 특기할만한 사회주의 예술가로 평가받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비정치적인 작품들이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영향을 끼쳤습니다. 

월터가 남긴 삽화의 탐미적일 정도의 아름다움은 그의 삶과 사상을 모르더라도 여전히 감탄을 자아내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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