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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nzel Apr 19. 2021

You are Cleared for take-off

#항공교통관제사 와 #조종사



크고 웅장하며, 때론 아름다운 항공기를 탑승해 자동차와는 다른 딱딱한 안전벨트를 맨 후 비행기 밖 풍경을 보고있으면 들리는 소리.


항공기가 활주로에 정렬하고

3- 2- 1-

엄청난 굉음과 함께 몸이 뒤로 젖혀지고 몸이 짓눌려지는게 엄청난 속도로 롤러코스터가 출발하는 느낌이 거북해질 쯤에 벨트사인이 꺼지고 시원하고 달콤했던 제주감귤 쥬스를 마시며 도착지에서 어느 재미있는 곳을 갈까 들뜬 생각을 하면 착륙하는 짧은 김해-제주행 비행기.


KoreanAir XXX, Wind 050 at 15, Runway XX Cleared for Take-off -


공항 안에서 보여지는 풍경들은 마치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비행기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착륙하는 듯 싶지만, 대한민국의 0.04% 만이 그 큰 항공기들에게 움직여! 멈춰! 같은 지시를 내려줄 수 있는데

그들은 바로 바로 항공교통관제사.


그 매력에 빠져 나는 잘 다니던 대학교를 자퇴하고 항공교통관제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나의 허가를 받고 착륙을 한 비행기들은 5만대가 넘어간다. 때로는 동시에 15대의 항공기를 줄세워서 공항으로 인도하느라 진땀을 빼고, 조종사들과 니가 잘했네, 내가 잘했네 실랑이가 왔다갔다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라디오 주파수로 새해인사와 크리스마스 인사를 보내는 정이 넘치는 곳.


Airbusan XXX, Contact Departure.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오늘의 마지막 항공기를 하늘로 올려보낸 뒤 커피 한잔과 차가운 밤바다에서의 달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비행기를 보며 뿌듯함과 힘을 느끼는 직업이 이 직업의 매력이 아닐까?


하지만 나는 그 떠나가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있는 것만으로는 안주하지 못했다.

그놈의 꿈이 나를 하늘로 날아오르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 응원했고, 나 자신에게도 이 꿈을 택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내 인생 1막에서의 마지막 항공기를 보낼때 눈물이 날 뻔했다. 관제사로서 다시는 항공기에게 착륙 허가를 내릴 수 없겠지 라는 생각때문에.


그렇게 나는 갖은 생고생을 눈앞으로 맞이하고 있는 미국으로 떠났다.


비행기로 15시간이나 걸리는 머나먼 이국인 미국에서 나에겐 모든게 새로웠고 도전이었다. 집을 구하고 중고차를 구매하는데도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영어를 사용해야 했고 외국인이라는 신분으로 이리저리 시작하면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며 사기치려는 사람들이 있어 더욱 신중했다. 미국에서 같이 조종교육을 받으며 친해진 형이 있는데 미국의 스타벅스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낼때마다 자기가 캐나다에서의 경험담과 팁을 주며

‘지금은 이런 고생이 힘들지라도 그 고통속에서 영어가 늘고 성장한다.’

고 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되뇌어보니 정말 2년의 미국경험이 내가 살았던 28년 보다 더 값졌고 나에게 많은 변화를 줬다.


조종공부가 거의 끝나가고 코로나로 인해 굳게닫힌 취업문으로 귀국하면 어디에 취업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깊은 생각에 빠져있던 그때 국토교통부에 근무하고 있던 친한 누나가 연락이 왔다.

‘곧 항공공무원 채용이 있을 것 같은데 준비해 보는게 어때?’


몇 년간 취업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사회적 현상과 몇년 뒤 코로나가 풀려 조종사 채용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수 많은 항공종사자 분들이 지원할 것이 뻔했다. 그리고 꿈 하나만 좇아 무작정 공부한다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생각했고 관제사라는 분야도 같은 항공분야였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지식과 경험을 교류할 수 있었고 조종사와 교류할 기회도 많았다.


그래서 미국에서부터 미친듯이 공부했다. 적게는 1년 넘게 공부하고 있는 수험생들을 제쳐야했기 때문에 비행이 없는 날은 매일 관련 전공 공부를 했고 15시간이 넘는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의무자가격리 기간동안에도 쉬지않고 공부했다.


그리고 노력과 운으로 그 힘든 공무원 시험을 통과했고 곧 공무원으로서 항공교통관제사가 된다.

입사하고도 조종사가 되기 위한 공부가 수 없이 남아있다. 비행도 틈틈히 해야하고 퇴근하고 스터디카페에서 끝없는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하는 것이다.


성공한 여러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꿈을 이뤄 걸어왔던 길을 뒤돌아보면 곧이 뻗어있을줄 알았던 길들이 사실은 굴곡의 연속이다’ 라고 말이다.


이런 내 굴곡같던 경험들을 브런치 독자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싶어 연재를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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