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터졌다.행정 시스템이 개편되고 새롭게 적용되는 단계인지라 나와 같은 업무를 처리하는 전국의 모든 교사가 겪고 있는 일이리라. 하루 내내 행정 업무에 골머리를 앓으며 업무채팅방의 쏟아지는 질문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퇴근 시간을 조금 넘겨 퇴근했다.
직장과 아이들 어린이집이 차로 5분 이내인지라 퇴근길도 5분이다. 주차장으로 이동하여 차에 시동을 켜고 출발한 뒤 어린이집 주차장에 차를 대기까지 5분. 그 5분 안에 새롭게 출근하는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리셋하는 게내게 주어진 과제다.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2-30분 정도 아이를 늦게 데리러 가도 되겠지만, 직장에서 퇴근하며 아이를 데리러 가는 길은 1분이라도 줄이는 게 아이에게 덜 미안하다. 출근하며 "엄마 늦었어"를 연발하며 아이의 등을 떠밀었던 내가 생각나고, 먼저 하원하는 아이들을 보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릴 아이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퇴근을 위해 가방을 정리하는 순간부터 아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손을 바삐 움직이게 된다.
여기까지 썼는데,
더 쓰고 싶은 말이 한가득인데
아이들이 날 찾는다.
핸드폰을 열어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했더니 자기들도 해보고 싶다며 20분을 빼앗아갔다.
난 그 시간 동안 불난 가슴을 다스리기 위해 싱크대 하부장 앞에 덩그러니 기대앉아 숨만 들이쉬고 내쉬었다.
내가 진짜 쓰고 싶었던 말은 이거다.
퇴근하며 마음을 리셋하는데 5분이 부족했다.
오늘 하루는 너무 버겁고 바빴으니까.
평소보다 10분 늦게 아이를 데리러 갔고,
놀이터에서 조금 놀다가 집 앞에서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유아차를 탔다.
자전거 타는 아이를 바라보며,
아이들이 탄 유아차를 밀어주며
초여름 초저녁의 서늘한 바람을 맞았다.
마침 하늘 가득한 구름이 햇빛을 막아주었고
서늘하게 피부에 닿는 바람에는 풀내음이 섞여있었다.
두 딸은 챙겨 온 간식을 바꿔 먹으며 깔깔거렸고
난 부족했던 마음 리셋을 아이들과 함께하며 털어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은 지금이다.
퇴근하며 미처 털어내지 못한 '애매모호한 업무 진행 상태로 인한 찝찝한 뒤끝'을 아이들과 함께하며 털어버렸다.
내가 오늘 하루 할 수 있는 만큼의 몫을 했고, 내일 일은 내일 또 해 나가면 그만이니 퇴근 후의 또 다른 출근지에서까지 그 마음을 이고 있을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