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의 방식, 외할아버지편
외할아버지와 함께 밤길을 걷습니다.
그 어색함과 침묵이 불편하지는 않지만,
궁금하지도 않은 질문을 건네고
이내 다시 침묵으로 길을 걷습니다.
그게 그 시간을 위한 나의 다정의 방식입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시간대를 놓쳐
홀로 부엌에서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외할아버지는 밥을 이제야 먹냐고 하더니
작은 방에 들어가 생수를 가지고 나오십니다.
찬 물 많이 마시면 몸에 안 좋다고 말하면서도
물을 냉장고에 넣어둡니다.
올 여름은 유독 비가 내렸다가 그쳤다가 합니다.
갑작스럽게 비가 들이쳐 창문을 닫습니다.
이내 외할아버지가 제 방 앞에 오더니
창문 닫았는지를 확인하시고는
별 말 없이 돌아갑니다.
방문을 닫고 할 일을 하던 날이었습니다.
두드리는 소리에 방 문을 열었더니
외할아버지가 며칠 전부터 냉장고 한 켠에서 봤던
밤양갱을 건넵니다.
먹으라고 넣어뒀는데 왜 안 먹었냐는 말에
팥을 먹지 못하는 나는 거절하고야 맙니다.
외할아버지는 짜식 이라는 말과 함께 웃고,
나도 외할아버지가 웃어 함께 웃습니다.
어쩐지 그 날은 밤양갱이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밤양갱을 좋아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밤양갱에도 팥이 들어갈까요.
외할아버지는 오늘도 다른 말 없이
밤길이 어둡다며 오는 시간을 묻습니다.
그는 다정한 사람이 아니지만,
다정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사람입니다.
이제야 외할아버지의 다정의 방식을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