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수능의 실패, 회상
잠이 오지 않는 날 밤이었다.
이 모든 일을 자초한 나 자신을 죽이고 싶었다.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고 싶어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억울했다. 진짜 내가 불성실했던 탓이야? 이 모든 게 진짜 내 탓이냐고. 더 이상 사랑받을 수 없고 대단하지도 않은 존재, 누구보다도 낫지 못한 존재가 된 것이 내 탓이냐고.
응, 네 탓이야. 다 네가 잘못해서 이렇게 된 거야. 어디서 남 탓을 하려고 해!
네가 불성실해서, 네 의지가 부족해서, 네 머리가 좋지 못해서, 네가 간절하지 않아서 이렇게 된 걸 누구 탓을 하려고 해 이 한심한 년아.
잠이 오지 않았다. 내 잘못이라고? 응, 네 잘못이야. 다 네가 잘못한 것. 아니야 나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응, 네 잘못이야. 아니야! 네 잘못이야.
무엇이라도 깨부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다. 주변을 보았다. 책상, 의자, 책장, 평범한 사물들. 네가 뭐라고 아무것도 잘못한 것 없는 것들을 해치려고 해?
그래서 나는 칼을 꺼냈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파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날은 가까스로 잠들 수 있었다.
세 번째 도전을 시작했다. 실패한 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그 자신을 부정하기 위해 시작한 도전이었다. 모든 게 불성실하고 부족한 내 탓이니 나만 탓하고 나만 달라지면 된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공부했다. 하루에 3시간밖에 자지 않았고, 강의는 2번 이상 돌려보았고 책도 보고 또 보았다. 너무 피곤할 땐 10분씩 잤다. 꿈을 꾸면 '일어나 미친년아'라며 컴퍼스로 손을 내려찍는 악몽을 꾸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비웃고 있는 꿈을 꾸었다.
그렇지만 나를 부정하며 시작한 공부는 나 자신을 직시할 수 없게 했다. 애초에 실패자인 나 자신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시작한 공부였기에 나에게는 실패자인 나 자신을 쳐다볼 용기가 없었다. 현실을 보지 못한 공부는 또다시 오갈 곳을 잃었고, 또 뭔가 되지 않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했다. 아냐, 난 실패할 거야, 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싹텄다. 이번에 또 실패하면 완전한 실패자가 된다.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는 늦은.
"에이 걔는 그 정도는 하지", "걔라면 당연히 해낼 걸?"
나는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그런 사람이었지만.
나는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사람들에게 들킨다면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해내지 못하는 자신이 세상에 버림받을 것만 같았다.
이 두려움이 너무나 커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표면적이라도 공부하는 나를 유지하는 것 밖에 없었다. 버림받고 싶지 않았다.
책을 보고 있었지만 책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 머릿속이 너무나 시끄러워서 도무지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잠을 자려고 해도 잘 수가 없었다. 금방 들은 내용, 사람의 이름, 사물의 이름을 기억해 낼 수 없었다.
이 간단한 시련을 못 견디는 자신도 스스로 용서할 수 없었다. 약해빠지고, 의지박약에 무능한 인간이었다.
스스로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너한테 좋은 일은 안 생겼으면 좋겠어. 넌 그럴 자격이 없어. 맛있는 것을 먹을 자격, 쉴 자격, 즐거울 자격은 너에게 없어. 네가 아팠으면 좋겠어. 네가 벌 받았으면 좋겠어. 스스로도 책임지지 못하는 한심한 사람.
씻지 않았다. 먹지 않았다. 나 자신을 관리하는 어떤 일도 하지 않은 채 나를 방치했다. 나는 그런 것들을 누릴 자격이 없는 인간이었다.
그래도 공부는 해야 했다. 남이 당연하다 여기는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그러나 언젠가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될, 예정된 비극이었다. 계획을 세우고 지키지 못하고 자책하는 것을 반복했다. 계획을 세워도 지킬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한 인간이니까.
현실감이 없이 나만 붕 떠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예정된 비극은 다가왔고, 나는 또다시 패배했다.
지키고 싶었던 나는 산산조각 났다. 최고로 비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