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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 Jul 03. 2022

자아탐색일기 4: 자기혐오

행복해지기 위해서 나를 돌보기

 나는 항상 모든 것을 비꼬고 비웃는다. 심지어 함께 활동을 하고 있는 진보적 학생 단체의 사람들도 비웃는다. 신념을 갖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정의를 위해 싸운다는 명분이 같잖다.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는 자아 비대증의 일종같이 느껴진다.

 사실 이것도 나의 문제이다. 나의 자아가 비대하고 나르시즘적 면이 강하며 그런 나 자신에게 염증을 느끼고 있어서 그러한 감정이 단체에 투사된 것이다. 웃긴 것은 결국 나 또한 세상을 바꾸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내가 스스로 세상을 바꾸는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면서 끝없는 자기혐오가 그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을 비웃는다.


 이러한 자기혐오는 입시 실패와 항상 평가받아왔던 나 자신의 성장 배경에서 온 것일 거다. 전 글에서 계속 살펴왔던 죄책감과 수치심이 그런 것들에서 비롯된 감정들이겠지. 그래서 나 자신을 객관화해서 스스로 비웃으며 자신을 내던지는 것일 수 있겠다. 내가 싫어서 나에게서 거리를 두고 나를 방치하는 것이다.


  이것은 애니어그램상 기질적으로 나의 유형인 5번과 다른 양상이다. 5번은 두려워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세상을 관찰하고 지식화하는 유형들이다. 원래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세상과 거리를 두는데 나는 내가 싫어서 나 자신과조차 거리를 둔다.




항상 나는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되고 싶어 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인격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어떤 수단으로든. 그러니 현재의 자신을 미워할 수 밖에 없다. 나는 화가 잘 나지 않는다. 이게 화가 나지 않는 건지 무의식적으로 화를 억압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심지어 연애할 때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지도 구분이 잘 안 된다. 내가 내 마음을 살피지 않아서이다. 흔한 일이지만, 내 자신이 사라지고 사회적 역할의 나만 남은 것이다. 내가 나를 돌보지 않고 방치하니 우울해 질 수 밖에 없다. 고착에서 벗어나 스스로 편하고 행복한 사람이 될 수는 없을까.


 주변 상황이 아닌 나의 감정을 먼저 살펴야 한다. 내 감정을 살피고, 나를 보살펴야지. 자취방 집안일을 할 때 나 자신을 보살피는 느낌이 들어서 참 좋다. 나 자신을 잘 보살피는 일을 꾸준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약 꼬박꼬박 먹기, 세끼 밥 챙겨먹기, 내가 좋아하는 일들 하기 같은 것부터. 상담선생님께서는 이 상담이 그런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하셨다. 나 자신을 보살피기.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를 용서하고 사랑하는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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