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문장
"차 보러 가자"
"그럴까?'
그렇게 올 3월은 차량 구매의 달이었습니다.
차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제 머릿속에는 막연히 K8 하이브리드가 예전부터 있었기에 당장 가까운 기아 매장부터 찾았죠. 워낙 도로에서 많이 본 차였고 매장에서 보아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딜러에게 K8이 올해 페이스리프트가 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어떤 차를 사지 말아야 되는 이유가 수백 가지라면 그중 상위권을 다투는 이유는 풀체인지, 페이스리프트 직전의 차를 사지 말라는 것일 겁니다. 순간 K8으로 무난히 결정할 것이라는 신차구매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왔고 다른 브랜드를 백방으로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K8을 알아봤다면 응당 그랜져를 알아볼 것입니다. 하지만 그랜저는 디자인이 워낙 불호였기에 사실상 제쳐두었던 모델이었고, 그럼에도 매장을 찾아가 보았지만 역시나 마음을 끌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해외 브랜드를 알아봐야 했습니다.
일단 가장 유명한 벤츠, BMW를 찾았습니다. 시승까지 해봤죠. 벤츠 E클래스는 신형이 나온 직후였고 BMW520i 역시도 꽤나 최근에 나온 신형모델이었습니다. 벤츠는 그 고급감이 역시나였지만 너무나 비싼 가격, 많지 않은 물량, 그리고 결정적으로 너무나 요란한 내외부 디자인이 결격사유였습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BMW가 매력적으로 보였죠. 시승을 통해 그렇게 좋다는 주행감을 느껴보았고 항상 할인이 있는 브랜드지만, 워낙 비싼 벤츠, 이제 더 이상 싸지 않은 비슷한 급의 국산차를 보면 이 정도면 가성비가 괜찮지 않나 싶을 가격이었습니다. 남자면 당연히 넣었을 MSP패키지를 뺀 기본모델을 와이프는 선호했고 MSP모델 보다 대기 기간이 길었습니다. 두 군데 매장에 예약을 걸고 저희는 그즈음만 해도 BMW로 사실상 결정이 난 듯보였습니다.
그러던 중 와이프는 처남과 통화를 하며 렉서스도 타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타보면 그렇게 좋은 차가 렉서스라고.
음.. 렉서스? 굳이 타봐야 되나?
E세그먼트 차량을 구매할 거라면 둘러보게 되는 각 브랜드의 차량 리뷰를 유튜브를 통해 마르고 닳도록 보았기에 이미 렉서스 es300h가 어떤 차일지 대강 가늠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BMW로 결정한 마당에 그 차를 타보는 건 아무 의미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매장이 근처에 있었기에 한번 들러보기로 했죠.
렉서스가 까이는 대표적 단점 중 하나는 내부 디자인입니다. 기본적으로 일본식 올드함을 견지하는 데다 지금 모델 역시 이미 출시된 지 6년은 된 모델이기에, 내부 버튼을 없애며 일체형 거대 LCD를 넣는 요즘 차들에 비하면 그 시간의 격차가 더욱 느껴지는 것이었죠.
외부? 음, 생각보다 고급스럽고 그렇게 이상하지 않네. 한번 타볼까.
오..? 오오..! 어??
타고서 느껴본 것은 단순히 올드하다는 디자인 넘어서의 그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렉서스가 다시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시승을 예약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