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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네잎 Dec 01. 2022

책갈피에서 툭! 떨어진 시

- 파울로 코엘로,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서


“저 곡들을 만드느라 작곡가들은 고통을 당했고, 저 아이는 자기가 곧 죽으리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온 영혼을 바쳐 저 곡들을 연주하고 있어. 그럼 나는, 나 역시 언젠가는 죽을 목숨이 아닌가? 나 역시 내 삶이라는 음악을 저토록 열광적으로 연주할 수 있길 바라는데, 난 내 영혼을 어디다 내팽개쳐버린 것일까?”     


- 파울로 코엘로,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문학동네, 2022(3판 1쇄), p245. 






잠열* 



  

멀어지는 노래를 생성하자

가까이에서 숨을 놓쳤다 


월요일이 악천후를 쥐고 내게 왔다

뇌우를 뒤에 두고 더, 더 멀리 걸었다 


내 앞으로 가세요 도망자가 되긴 싫어요

함께 가벼워질까

나는 분명 누군가와 속삭이고 있었다 


재앙을 수렴하는 숲에 다다랐다

투명하고 무른 안개 군락지를 통과하자

불투명하고 단단한 돌의 군락지가 시작됐다 


벌판이 나타났다

가로질러 가야 할 것 같아서

그러기로 했다 우박이 떨어졌다

이 차고 딱딱한 사물은

이젠 슬픔의 결정체가 아닌 것만 같다 


익명을 보내고 오는 익명들과 마주쳤다

젖은 뒤통수에 늙고 병든 얼굴이 붙어 있었다 


반환 감각을 잃어버린 내가 돌풍에 휩쓸렸다

날개 따윈 필요 없다는 듯

파닥이지 않았다 


마침내 나만 울었다 


* 물질의 상태 변화에 관여하는 열에너지


- 김네잎, 「잠열」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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