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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나 Aug 06. 2024

한 그릇에 가득 담는 마음

마음만은 9첩 반상

 아이가 아토피 치료를 시작했다고 해서 우리의 생활이 아주 달라진 것은 없다. 장을 볼 때 카트에서 간편식이 사라진 아쉬움 정도? 라면을 살까 한 묶음을 집었다가, 이 돈으로 아이 양배추를 한 덩이 더 사자. 그런 정도의 마음이 달라졌다. 간편식이 사라진 밥상은 건강한 한 끼를 허락하지만, 주방장에게 여유를 허락지 않는다. 아이들은 방학이고, 나들이에 학원에 여러 일정을 소화하는데다 어린 둘째의 다급한 허기까지 고려하자면 늘 시간에 쫓긴다. 마음은 언제나 9첩 반상을 갈망하지만, 현실은 한 그릇 음식에라도 영양을 채울 방법을 모색하기 바쁘다. 다 적고 보니 서두는 결국 한 그릇 음식들의 불가피함. 곧, 자기변명이었다.


 한 그릇 음식에도, 아니 한 그릇이기에 더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아토피에 좋은 음식'이란 특정할 수 없다. 다만, '아토피에 좋지 않은 음식'을 회피하는 것이 최선일뿐. 결론적으로 메뉴를 정할 때 내 나름의 원칙이 절실했다. 이 음식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보다 '아이의 피부에 해가 되지는 않을지'에 포커스를 두기로 했다. 엄청나게 효험이 있지 않더라도, 특별히 해롭지 않고 아이가 맛있게 먹는 데다 영양도 나름 괜찮다면 오케이. 그렇게 가보는 거다.  


 1. 강황 빠지면 섭섭하니까. 

 강황에 대한 막연한 믿음이 있다. 왠지 모르게 강황이 들어간 카레는 몸에 좋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나 역시 그랬다.검색해 보니, 역시나 카레의 주요 성분인 강황이 항염증의 특성이 있어 피부 염증을 줄이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단다. 물론,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없지만 특별히 나쁘지 않다니 통과다. 시중에 파는 카레 가루 중 인공첨가물이 최대한 적게 포함된 제품을 선택해 조리하기로 결정이다. 퍽퍽하지 않은 닭안심과 각종 채소, 마늘 듬뿍 넣어 보글보글 한 그릇 완성. 닭고기와 잘 어울리는 고구마를 넣었더니 달콤하고, 부드러워서 아이 둘 다 두 그릇 뚝딱이다.   


 [안심해, 카레니까] - 닭안심카레라이스 

안심한 카레라이스, 닭안심카레 :)

 


 2.  콩나물밥 한 사발 어때?

 학원 시간이 다가오는데, 장 봐둔 거라곤 콩나물과 자투리 채소들 뿐인 어느 날이었다. 콩나물은 비타민과 섬유질을 포함해 영양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아토피 아이가 아니더라도 면역력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더구나 우리 집 두 아이 모두 콩나물이 들어간 국, 무침, 조림을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그렇다면 통과. 자, 이제 탕후루 노래는 버리고 콩나물 노래를 시작하자. 콩콩나물나물콩콩콩콩나무루루루루-밥이다.


 [콩콩나물나물콩콩콩콩나무루루루루] -콩나물솥밥

이름이 길지만, 무튼! 15분 완성, 콩나물솥밥 :)

 3. 면치기가 그리운 너를 위해.

 어머님은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우리 집 경주 이가들은 면을 얼매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유전자 때문일까, 집안 내력일까. 면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눈을 뜨는 도담이다. 피부과에서 짜장면, 국수, 우동. 밀가루가 포함된 면을 먹지 말라고 금기령을 받은 날도 면을 못 먹게 되었다는 상실감에 눈물 흘렸던 아이다. 한동안 잘 잊고 지낸다 싶더니, 급기야는 내게 먹방을 강요하기에 이른다. "엄마, 나 대신 후룩후룹 면 좀 먹어봐바. 소리라도 듣고 싶어서 그래. "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인가. 먹방을 보는 사람들은 이런 심리인 걸까. 미안하지만, 엄마는 면치기에 그닥 소질이 없는 관계로 네게 면치기를 선물하려고 한다. 이름하야, 두부면치기. 아주 적절한 제품을 발견했다. 마트에 가니 두부면을 판매하는 게 아닌가. 다시 한번, 대한민국 마트 만세.

 

 식물성 단백질, 두부는 말해 뭐 하겠나. 일단 사서 한 번 조리해 본다. 집에 있는 당근과 애호박을 채칼로 기다랗게 면처럼 뽑아, 토마토와 각종 재료를 넣고 파스타 비슷하게 흉내를 내 봤다. 물론, 전에 먹던 덜 건강하고 더 맛있는 음식은 아니겠지만 아이는 신이 나서 후룩후룹 한 그릇을 비웠다.


 [야, 너두 할 수 있어. 면치기] - 두부면토마토파스타 

채소를 면처럼 뽑아 요리하면, 색다른 식감에 아이들이 배로 즐거워한다 :)



 완벽하지도, 꼼꼼하지도 못한 엄마여서, 늘 한 구석은 엉성하고 허둥대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나씩 해 나가는 우리가 좋다. 전보다는 건강해진다면 그걸로 됐다고 믿으니까. 우리의 먹고 쓰는 이야기. 즐거운 마음으로 이어가 보자. (식품알레르기가 없는 아토피 아이의 식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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