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공무원, 공공기관 등이 제공하는 공공서비스는 무조건 지금보다 약화될 것입니다.
이것도 결정된 미래입니다.
얼마나 악화되는지는 지금부터의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약화 자체를 피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사명감도 돈에서 나옵니다.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님의 명언입니다.
아래 짤을 한 번 보시죠.
없던 사명감도 뿜뿜 뿜어져 나올 것 같지 않나요?
그러면 지금 공무원 임금은 어떤 상황일까요?
참고로 공공기관의 임금인상은 공무원을 따라가므로 같은 상황입니다.
https://www.lawlead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699
https://www.seoul.co.kr/news/society/2024/08/27/20240827500250
보시는 것처럼 농담이 아니라 공무원이 되었음에도 최저생계비 수급자가 되는 것을 걱정해야 하고, 21년부터 24년까지 4년간 단 한 번도 소비자물가인상률만큼도 급여가 오르지 않아 실질적으로는 오히려 삭감이 되었습니다.
이런 가운데서 누가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야, 그만두라 그래. 걔 말고도 일할 사람 많아"
블라인드앱을 보면 소위 "누칼협(누가 칼들고 공무원하라고 협박했냐?)"는 조롱이 공무원을 향해 쏟아졌었습니다.
다음은 그 결과를 한 번 보겠습니다.
제가 앞으로 공무원, 공공기관 등의 공공서비스가 대폭 하락할 것이라고 확언하는 것은 MZ대탈주를 추세적으로 막을 수 없을 것이라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공공서비스는 질과 속도 양쪽에서 모두 우수합니다.
이건 외국에 나가보신 분이라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제 경우는 일본에 교환유학으로 있을 때 건강보험증을 지참하지 않고 병원 응급실을 갔다가 의료보험비용을 환급받는데 3개월이나 걸려서 결국 귀국때까지 수령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런 빠르면서도 질 높은 행정처리가 가능하려면 기본적으로 2가지가 필요합니다.
1) 충분한 돈
2) 우수한 인력
충분한 돈은 일정기준 이상의 제품,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게 할 것이며 담당하는 공직자들에게 평균 이상의 보상을 지급하여 공직자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또한 사기업이 아니므로 업계 최상위 대우는 할 수 없는 공조직 특성상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업무에 대한 일정한 존중과 대우를 통해 사명감을 불러일으키고 유지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동안은 - 모순이나 폐혜가 없지는 않았으나 - 이 두 가지 조건이 어느 정도는 균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의료체계처럼 말입니다.
한쪽바퀴가 덜컹거리고 삐걱거릴지언정 어쨌건 전세계에서 보기 드문 괜찮은 수준의 서비스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누리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이제 이 두 가지가 모두 무너지고 있습니다.
가. 예산부족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30919000048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40927000035
23년 56.4조원, 24년 29.6조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의 인건비는 올려주지 않을 수 없으므로 결국 다른 사업예산들, 복지예산들이 삭감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경향이 앞으로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입니다.
2년 연속 법인세와 소득세가 세수추계보다 줄었단 사실은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개인, 기업이 모두 심각하다는 방증입니다.
나. 인력부족
공무원은 이제 실제로 그만두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41008/130172966/2
http://www.lec.co.kr/news/articleView.html?idxno=748157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지난 9년간 반토막(9급 기준 53.8:1에서 21.8:1) 났으며,
지난 입직 5년 이내 퇴직자는 2배 이상(6,500명->13,566명) 늘어났고,
43%의 2030 공무원이 이직을 고민하고 있으며,
1년 이내 퇴직자는 지난 10년간 무려 5.6배(538명->3,021명)로 늘어났습니다.
다. 남공무원의 감소 또는 불만폭발
모든 여성공무원이 그렇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으나 경향성으로는 분명히 남성공무원에게 일이 몰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힘들고 어려운 현장직이나 민원을 받아내야 하는 업무가 그렇습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regional/2024/04/26/7ONWY2N3CRCGRPJLGSMXZSFNHQ/
https://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3052902109919002002
https://www.youtube.com/watch?v=vfx7M54iCHI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1111917087
라. 사명감 문제
앞서 사명감은 돈에서 나온다는 김선태 주무관님 말을 인용했고 저도 전적으로 동의하는데 한 가지 더 짚을 것이 있습니다.
이미 사명감이 넘치고 공직마인드가 충실한 사람도 현재 공조직에 분명히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을 폄하하고 비하하고 스스로 자조하게 만들어 빠른 탈주를 하게 만드는 일만이라도 하지말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 번 읽어보시면 왜 지금 공무원들이 사명감을 잃어가고 있는지,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도 없어지는지 금방 이해가 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경찰력이 약화된다?
돈 많은 부자들은 개인경호원을 고용하면 됩니다.
아니면 경비원이 지켜주는 부자동네에 들어가 거주하면 됩니다.
건강보험이 약화된다?
민영보험까지 갈 것도 없이 지금도 5대 의료기관에 개인기부금 1억, 2억 내고 우선진료 받으면 됩니다.
대중교통이 약화된다?
애초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으면 됩니다.
정말 있는 분들은 개인기사가 몰아주는 자가용을 탈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앞으로 나올 도심UAM서비스 등 돈만 있으면 대체 이동수단은 넘쳐납니다.
그런 세상이 오기를 진정으로 바라십니까?
인구감소와 달리 공공서비스의 약화는 이제라도 우리가 마음을 바꾸고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노력하면 개선할 골든타임이 남아있습니다.
저도 민원인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내 세금으로 돈 받아먹는 주제에"
우리 사회에 그런 인식을 가진 국민이 많으면 많을수록, 공공서비스 약화는 가속화될 것입니다.
"누가 칼들고 공무원 하라고 협박했냐?"라는 누칼협 조롱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사회에 공공서비스가 약화되더라도 본인 인생에 1도 지장을 받지 않을 사람들은 정말 상위 1%정도의 사람들일 것입니다.
이제라도 다른 길을 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