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밤산책방’
부산 광안리에 위치한 밤산책방이라는 독립서점으로 1시간 반 가량 자전거를 타고 도착했다. 금련산역에서 도보 5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발견할 수 있다. 24시간 무인 독립 서점이라는 특이한 컨셉을 가지고 있다.
입구는 오히려 엔틱한 느낌이다. 뭔가 들어가고 싶게 하는 감성이 있다.
위로를 테마로 한 독립서점이다 보니 따뜻한 제목의 책들이 눈에 띈다.
계단을 타고 쭉 내려가다 보면 도어락과 함께 문이 보인다. 문이 닫혀있을 때는 문을 열 수도 있다. 필자가 갔을 땐 연락 있고 여성 두 분이 사진을 찍으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늦은 밤 퇴근길에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으셨다는 책방지기의 따뜻한 글이 적혀있다.
입구 입간판에 나와있는 책 목록들을 확인할 수 있다. 작가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책 내용을 찍지 말아 달라는 문구가 보인다. 샘플 책도 중간부터는 읽을 수 없게 붙여놓은 디테일이 신기했다.
은은한 조명과 우드 느낌의 가구를 비치해서 따뜻한 느낌을 극대화시킨 인테리어가 좋았다. 위 사진 오른쪽 가구를 보면 책이 무거울 수 있으니 배송을 해준다는 글이 있다. 집으로 보내는 버전과 선물 포장 버전이 따로 있다.
문학, 소설, 시집, 수필 등 위로를 주제로 하는 여러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책방지기님께서 신경 써서 배치하신 게 느껴진다.
벽에 붙여진 포스터나 책방 디퓨저들을 판매하는 굿즈 존도 있다. 밤산책방의 분위기를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다.
책 포장 뒤에 바코드가 부착되어 있는데 직접 찍고 결재를 할 수 있는 간단한 시스템이다. 과거 알바를 할 때가 생각나서 무인책방에 재밌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독립서점을 갈 때마다 책 한 권을 사자라는 혼자만의 다짐이 있다. 안 그래도 책방 운영에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에 책방 활성화에 일조한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밤산책방에서는 할머니 테마존에서 ‘무미건조한 오트밀에 레몬식초 2큰술을 더한’이라는 책을 구매했다. 손자와 함께 유튜브를 하는 일본인 할머니의 잔잔한 혼자 라이프 책이었다. 박막례 할머니가 생각나는 책이었는데 두 분 다 고생하신 건 마찬가지지만 박막례 할머니는 좀 더 한국적인 에너지가 느껴지고 이 책은 잔잔함이 느껴진다. 읽으면 확실히 힐링되는 느낌이다.
특이한 컨셉의 책방이라서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기대한 만큼 따뜻하고 힐링이 되는 공간이었다. 공간이 주는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책방지기님께서 책마다 요약해 놓은 글들에서 독립서점만이 보여줄 수 있는 디테일을 느낄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불편하더라도 작게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 방문했는데 구매한 책을 이 공간에서 읽을 수 없다는 게 조금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따뜻한 공간이었다.
하루가 나에게 너무나도 무거웠다면 그 짐을 광안리 ‘밤산책방’에서 털어놓는 것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