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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ms인가? 이상하게 짜증이 많이 나는 아침이었다. 날짜를 보니 아, 그래 pms가 맞겠다 싶다. 남자 친구는 괜히 아침에 전화하다 난데없이 얻어터졌다. 한 시간 정도 지나고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사실 오늘 크고 작게 세 번은 얻어터진 것 같다. 실은 방금 전에도.
"오늘 나 계란 네 개 먹은 것 같은데? 맞아?"라고 물었는데 거기에 대고 내가
"내가 어떻게 알아. 원래 나한테 뭐든 잘 말 안 하잖아."
말이 왜 그리로 튀지? 잘 모르겠다. 평소에 콩알만큼 가지고 있던 서운함이 이럴 때는 수박만큼 커져서는 말이 못되게 나간다. 아예 거짓말은 아니지만 그 정도로 감정이 실릴 말도 아니었거늘. 반성과 후회는 사실 또 내 몫이다. 몹시 피곤한 몸 상태도 한몫한다. 한 달의 3분의 1은 평소보다 피곤해야 하고 평소보다 감정 기복이 심해야 하고 평소와 다름을 인식해야 하다니. 과연 '평소'상태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가끔은 헷갈린다. 어쨌든 이 시기에는 호르몬 변화가 있다고 하니 그저 알아차리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만약 pms를 별 탈 없이 + 무리 없이 + 평소처럼 넘어갈 수 있는 노하우가 있는 분들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 오늘은 독수리네 집에 옷 반납을 하러 갔다. 옷이 별로 없어서 촬영 때 의상 준비가 늘 난항인데, 이번엔 독수리가 옷을 빌려줘서 무사히 찍을 수 있었다. 좋아하는 빵집의 빵을 몇 가지 사 들고 집에 갔는데 독수리는 앞치마를 메고 귀여운 유부초밥을 만들고 있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색색의 야채를 넣은 정성이 가득한 유부초밥이었다. 어쩜 이렇게 예쁘게 잘 만드냐고, 네가 너의 아이의 도시락을 싸 주는 모습이 벌써부터 상상이 간다고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말했더니, 엄마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 엄마는 어릴 적부터 도시락을 싸 줄 때 색감도 고려해서 싸 주셨었다고. 어릴 적에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들은 내 무의식 속에서라도 강력하게 살아서 지금의 내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겠구나 싶었다.
/ 오늘은 오며 가며 강의를 들으며 움직였다. '불안'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셨는데 그 많은 대화 속에서 내가 남긴 것은 결국 이거다. 나를 위해 살아가자. 타인이 내게 주는 사랑과 인정에 내 행동의 지분을 나눠주지 말도록 하자. 내 불안을 나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어른'이 되자.
최근에는 사랑받는 글을 쓰고 싶었고 사랑받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고, 곧 만인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했다. 그게 얼마나 얄팍한 상상이었는지. 나는 사실 대다수의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도 되지 못했다. 노력했지만 끝끝내 실패했다. 명확한 자기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흉내 낸 삶은 살아도 산 것 같지가 않다. 좁고 어렵고 모자라고 좀 이상해도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걸어야겠다.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