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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외롭고 불안하고 힘들어서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 빠져나오려고 열심히 애를 썼다. 100일간 모닝 페이지를 써 보리 다짐해서 30일째 쓰고 있기도 하고, 그 일환으로 브런치 글도 쓰고 있고, 새로운 인스타 계정도 만들어서 구독 서비스도 시작하려고 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엔 모닝 페이지를 쓰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감정도 다 신의 계획 아래에 있다.'
사실 이 생각은 내 안에서 곱씹고 곱씹다가 깨달은 생각이라기보다는, 마치 선물처럼 바깥에서 선물처럼 주어졌다. 여태까지는 어떤 막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어서 어딜 봐도 선명하지 못하고 뿌옇기만 했는데 그 막에 작은 구멍 하나가 뚫린 느낌이랄까. 갑자기 그 구멍 사이로 선명한 세상이 얼핏 얼핏 보이는 기분이었다.
너무 막막하고 괴로워서 벗어나고 싶다고만 생각했는데, 벗어나기 위해 이런 일 저런 일 벌이고 있었는데, 이런 감정을 관통하고 지나가는 나에게 신은 분명 바라시는 것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느끼는 절망감이 사실 다 신의 계획에 있는 아픔이라면, 신이 허락하신 외로움인 거라면, 나는 지금의 이 진창 같은 마음이 기꺼워졌다.
/ 이 괴로운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괴로움을 해소하고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괴로움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다 보니 오히려 괴로움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거라는 강한 믿음이 들었다.
/ 나의 괴로운 시간이 도구가 될 수 있다면, 나는 어쩌면 정말 강력한 도구를 가지고 있는 건지도 몰라. 이 시기를 적당히 견디고 적당히 빠져나오는 것이 아니라, 아주 몹시 앓고 또 앓았으니까 이 안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분명 있을 거야. 아주 앓았던 만큼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품을 수 있는 몫이 커졌을지도 몰라. 아직도 네가 세상에 있다면, 너를 잃지 않을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 신은 나 혼자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아가길 원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