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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여우 - 데미안

일곱 번째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어디선가 독일문학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호들갑 문학.

데미안을 읽으면서 격하게 공감했다.

헤르만 헤세의 유려한 문체를 따라가지 못하는 나의 빈약한 문해력을 탓해야겠지만......


아무튼 데미안은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무려 10년 간 필독서로 내 주위를 맴돌았다.

하지만 하이틴 로맨스와 추리소설에 푹 빠진 나는 데미안 따위(?)엔 눈길도 주지 않았다.


데미안을 읽는 동안 불면의 나날을 보냈다. 

싱클레어의 나를 찾아가는 여정은 내게 너무 버거웠다.

일주일 만에 힘겹게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독서모임에서 창피를 당하지 않으려면 데미안을 몇 번 더 만나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내겐 가혹한 일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유튜브(책읽어주는 유튜버님들 사랑함돠.)

무려 4시간이 넘는 듣는 '데미안' 


데미안이라는 가시돋친 '나무'가  만날수록 시원한 바람이 부는 '숲'으로 다가왔다. 덕분에 한결 여유 있게 데미안을 즐겼다.

싱클레어의 데미안과 나의 데미안.

많이 닮아서 소름끼쳤다. 

 

이번 책여우는 ㄱ의 시간이었다.

코로나 확진으로 오랜만인 외출과 만남에 무척 신이 났다. 

그리고 격리 기간 중에 만난 데미안이 끔찍했던 18살 무렵의 ㄱ을 위로해주었다고 했다. 

데미안의 위로 중 가장 따뜻한 위로는 '우리는 신들을 만들어 놓고, 그 신들과 싸우고 있어. 그런데 신들은 우리에게 축복을 내려' 라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죽을 만큼 힘든 시간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절대 축복의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ㅇ도 ㄱ만큼 데미안이 좋았다고 했다. 기억도 희미한 그 시절, 장독대 위에서 ㅇ의 데미안과 같이 석양을 하염없이 바라봤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 그 때의 데미안이 찾아온다고 했다. 

늦게 시작한 대학생활. 버거울 때마다 멈춰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꺼내 볼 말을 이번 책에서 찾았다고 좋아했다. 

'인식과 인지하지 못하면 나무, 돌, 짐승과 다름없다.'


ㅈ은 데미안과 그의 엄마인 에바 부인이 예수와 그의 엄마인 마리아를 상징한다는 색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생각보다 신앙심이 깊은 사람인 것 같다. 그리고 느닷없이 인간의 본성은 본래 악하다고  했다. 

.......

ㅈ은 데미안이 힘들었던 것 같다.

아나운서처럼 멋지게 이번 모임을 이끈 ㅁ.

'사람은 어느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라는 문장이 유난히 와닿았다고 했다. 젊은 시절, 그를 사로잡았던 두려움을 이젠 떨칠 수 있을 만큼 강하고 유연하게 나이 들어가고 있어 행복하다고 미소 지었다. 

더 환하게 웃으며 ㅁ는 꿈을 얘기했다. '누구나 자기의 꿈을 발견해야 한다. 그러면 길은 쉬워진다' 

몇 년 전부터 세계여행이라는 꿈을 꾸는 ㅁ은 지금 쉬운 길을 가고 있는 중이라 믿는다.











책여우-내게 온 인물의 캐릭터 분석을 위해 책 읽는 여배우들의 모임

ㄱ-내년이 환갑이라는 사실에 대충 낙담하는 스타일

ㅁ-총명한 머리, 그럴듯한 외모. 본인만 모르는 비밀

ㅈ-책여우 이름을 지은 사람

ㅇ- 21학번 늦깎이 대학생


독서모임, 북살롱, 북클럽...

결국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생각을 나누기 위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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