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책여우 - 소크라테스의 변명

여섯 번째

코로나의 광풍이 책여우까지 불었다.

모임 이틀 전 ㅇ이 코로나에 확진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다행히 많이 아프지는 않다고 하면서 이번 모임에 빠져야 한다는 사실에 많이 속상하다고 했다.

논술 선생으로 꽤 많은 세월을 보낸 그에게 소크라테스는 호감형 인물이었나 보다.

어쨌든 남은 셋은 책여우를 진행하기로 했다.(우린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이 책여우를 사모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편안하게 다가왔다.

워낙 유명한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더 유명한 그 제자의 책이었으니……     

하지만 따뜻한 아메리카노의 온기가 채 가시기 전에 우린 편이 갈렸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누구의 입에서 나온 걸까? 이 책을 읽은 이들이면  모두가 헷갈려한다는 그 부분.     


이번 리더인 ㅈ이 준비한 내용의 절반도 나누지 못하고 책여우의 시간은 순식간에 흘렀다.   

2시간 동안 우린 마치 바티칸 미술관에 걸린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그림 속에 있는 것처럼

제법 근사하게 의견을 나눴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을 나지 않지만 

자기 의견에 대해 근거를 멋들어지게 제시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반론을 제기하면서,

아주 그럴듯하게……     


ㅁ은 역시 정확하고 아주 도덕적인 사람이었다.

마치 소크라테스 혹은 플라톤이 얘기하는 것처럼 인간이 지녀야 할 품위, 덕, 예의, 지혜에 대해 이야기했다.

ㅇ은 소크라테스를 가까이 두고 생각하고 곱씹고 맛보고 즐기는 시간이 뜻깊었다 고백했다. 

그리고 지혜는 신이 인간에게 전한 최고의 선물이라고 했다. 소크라테스가 죽음으로 그것을 증명했다고 약간 흥분한 것 같았다.

ㅈ은 연예인, 유튜버들이 악성 댓글 때문에 괴로워하고 자살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소크라테스 시대에도 똑같은 모양으로 진행됐다는 사실이 웃기면서 슬프고 화가 나면서 기운이 빠진다며

건조한 미소를 지었다.



책여우-내게 온 인물의 캐릭터 분석을 위해 책 읽는 여배우들의 모임

ㄱ-내년이 환갑이라는 사실에 대충 낙담하는 스타일

ㅁ-총명한 머리, 그럴듯한 외모. 본인만 모르는 비밀

ㅈ-책여우 이름을 지은 사람

ㅇ- 21학번 늦깎이 대학생


독서모임, 북살롱, 북클럽...

결국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생각을 나누기 위한 만남


작가의 이전글 육(六)아(我) 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