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도시락 여정의 시작 - 도시락의 장점 3가지
"저 앞으로 점심에 도시락 싸들고 다니려고요"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서 회사에서 먹기 시작한 건 21년도 1월에 어느 건축사사무소에서 인턴을 했을 때였다.
도시락을 먹기로 다짐했던 이유는 별거 아니었다. 첫 번째로는 급격히 불어난 살 때문이었고, 두 번째로는 상사들과 밥을 먹기가 너무 힘들어서였다.
작은 건축사사무소였어서 회사 근처 한식식당을 갔었고 점심에 같이 밥을 먹는 인원도 나랑 부장님과 소장님 총 3명이었다. 함께 식사를 하는 건 괜찮았지만 식사 중간에 계속되는 부장님의 트림 행렬은 나를 도저히 버틸 수 없게 만들었다. 인턴을 시작한 지 일주일째 되는 날부터 다이어트도 할 겸사 도시락을 싸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21년도 근 1년간의 도시락 여정이 시작되었다.
도시락을 싸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 당시 pt를 받았을 때라 운동 효율을 높이고 싶어서 식단도 관리를 하고 싶었다. 나의 점심 도시락 메뉴는 비슷했다. 대부분이 일반식에 탄단지를 맞춘 음식들로 구성을 했고, 이 구성이 질릴 때마다 유튜브에 흔히 올라와 있는 다이어트 레시피를 활용해서 점심 도시락을 꾸몄다.
도시락을 만드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침 20분 정도? 최대한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음식들로 구성을 했기 때문에 1년 동안 꾸준히 도시락을 싸 갈 수 있었다.
21년도 인턴을 했을 당시에 먹었던 도시락들인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양 자체도 너무 적고 많이 간단했다. 대부분 구성이 닭가슴살 스테이크와 고구마 아니면 현미밥이었으니,,, 살이 안 빠지려야 안 빠질 수 없는 그런 식단이었다. 지금은 운동량을 생각해서 식사량 자체를 많이 늘려서 먹고있는 상태다.
1. 불필요하게 소모되던 시간 확보
- 주변에 회사 식당이 있다면 아마 거기는 근처 회사들이 모두 오는 식당일 것이다. 내려가는 시간, 배식을 받는 시간, 밥을 먹는 시간, 정리하고 올라오는 시간 등 모두 합치면 30-40분가량이 소모된다. 1시간 밖에 없는 현대 사회의 점심시간에서 40분을 빼면 20분 동안 쉴 수 있는데 이 시간은 쉬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하지만 도시락을 먹게 되면 오고 가고 하는 시간과 배식을 받는 데에 시간을 쓸 필요가 없다.
오직 밥을 먹는 시간 20분만 소요된다. 20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은 나를 위한 휴식시간 그리고 취미 생활에 활용할 수 있다.
2. 눈치 보이는 상사와의 식사
- 아무리 친해져도 상사는 상사다. 좁은 공간에서 함께 밥을 먹으려니 여간 눈치 보이는 게 많다. 그리고 높은 직급에 상사와 함께 식사를 한다면 점심시간 업무 얘기는 어쩔 수 없이 필수가 된다. 편하게 밥을 먹어야 하는 점심시간에도 업무를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도시락을 먹게 되면 오직 나만이 나를 집중할 수 있는 식사시간을 갖게 된다. 물론 도시락을 싸 온다고 선언하고 나서부터 몇 명은 같이 밥 먹자고 얘기를 계속한다던가 도시락 같은 거 왜 싸 오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도시락을 먹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고난과 같은 것이다. 이를 이겨내지 못하면 도시락을 먹을 수 없다.
3. 건강한 음식
- 회사생활하면서 아마 집밥 보다 회사 근처 식당이나 배달음식을 더 많이 먹게 될 것이다. 어느 순간 소화가 잘 안 되는 거 같고 혹은 밥을 먹었는데도 쉽게 꺼져서 금방 배고픔을 느낄 수도 있다.
이는 내가 다시 도시락을 싸 오겠다고 결심한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우리 회사는 회사 1층에 있는 한식식당을 자주 이용하는데, 거기서 나오는 음식들 대부분이 기름지던가 너무 자극적인 음식들이 많았다. 그로 인해서 나는 밥을 먹고 오면 적게 먹었는데도 더부룩한 느낌이 오후 내내 나를 괴롭혔다.
회사 생활 2년 차 도시락의 장점들을 다시 생각해 보니 점심에 도시락을 먹고 싶은 생각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첫 회사 입사 연도에는 주변 사람들의 눈치도 보였고 (사실 작년에도 도시락 싸 온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주변에서 도시락 먹을 때마다 한마디 씩 거들어서 포기했었다.) 회사 생활에도 적응을 했어야 했기 때문에 도시락을 먹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도시락을 먹을 수 있을 거 같은 느낌들이 들고 있다. 다시 한번 나의 근사한 도시락 여정에 발을 들여볼 생각이다. 미숙했던 21년도와 달리 더 새롭게 변화한 도시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