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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남매사랑해 Dec 10. 2021

먹고 사니즘

매일매일이 너무 바쁘다. 나는 천성부터 게으른 인간이었는데 겪어보지 못한 삶에 대한 무지로 인해 아이를 넷이나 낳았다. 그 중 하나가 아프다. 이런, 맙소사. 무지에 대한 벌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날 작가로 허락해준 브런치에게 보답하기 위해 글을 써야지, 써야지 하는데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과 제목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만 하다가 쓰지 못했다. 그러다 지금 이 새벽에 쓰는데. 굳이 시험이 코 앞인 이 시기에 말이다.


내 이야기는 하고는 싶고, 할 곳은 없고. 그렇다고 여기가 일기장은 아니니까 망설이다.

일기형식으로 쓰면 브런치 규정에 어긋나는 건 아니니까, 내 이야기 좀 풀면서 하소연도 좀 해보려고 한다.


아픈 아이, 음, 이름을 불러주어야겠다. 서후가 개월수가 차면서 이제 또래아이들과 격차가 많이 벌어졌다. 우리 아이는 2년 이상 지연으로 사실상 지금 병원에 가면 '장애' 판정이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다보니 인스타에 서후 개월 수에 잘 뛰고, 잘 놀고, 잘 웃고, 말 잘하고, 아프지 않은 아이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면서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져서 잘 들어가지 않게 된다. 이건 또 나의 나쁜 마음인데 건강하고 팔팔한 아이 키우면서 앞으로의 아이 삶에, 가족의 삶에, 자신의 삶에 어떠한 영향도 끼칠 수 없는 사소한 것들로 불평하는 걸 보면 짜증이 났다. 아이가 아파서 속상하다는 글에, 자기 아이도 감기라느니 하는 글을 보면 저런 공감능력으로 어찌 세상을 살아갈까 하는 건방진 걱정까지 들었더랬지. 아무튼 내가 꼬인 거 맞다. 인정.


결국 정상발달아이들만 키우는 부모들과는 소통의 부재 공감의 결여가 필연적으로 따라오기 때문에

혼자 마음이 다치는 건 나니까 아프거나 느린 아이키우는 카페만 주구장창 들락날락 한다거나 비슷한 아이 키우는 부모들의 인스타를 보면서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카페의 글들을 보며 현 우리나라의 장애에 대한 인식과 복지가 굉장히 부족하다는 것을 매순간 느끼며 나라에 대한 분노와 실망으로 인한 탈한국이 시급하다며 남편을 쪼으고, 남편은 현 장애관련 복지에 대한 실태에 대해 100% 공감하기에 탈한국을 위해 노력한다. 우리 서후가 특수반은 입학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는? 카페의 글들로 봐서는 결과가 긍정적이길 바라는 것 보다는 정말 한국을 뜨는 게 나을 수도.


서후가 주 6회 치료로 늘리면서 치료비용이 꽤 많이 나간다. 서후가 태어나기 전에는 아이들 영어유치원 비싸다고 보내고 싶어도 못 보내고 포기했는데 남들 저절로 하는 걸 우리 서후는 돈 주고 배우려고 매달 큰 돈을 바치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면서 슬프고 안타깝고 그걸 배우려고 매일같이 센터로 출석하는 서후도 안쓰럽고 그러기 위해 매일같이 아이들을 다 데리고 다니는 나 자신도 안쓰럽고 왜 이딴 돌연변이유전자가 나타나선 서후를 우리 가정을 힘들게 하는것인지 왜 그렇게 의학이 발달했다면서 희귀난치질환은 많은건지 세상이 종말하려고 그러나? 왜 내 글은 이리 끝에 지리멸렬해지지?


나도 좀 복에 겨운 고민들 좀 하고 싶다. 우리 서후 나중에 커서 우리 부부가 늙고 병들거나 혹은 죽고 나면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 말 할 수 있을까 걱정, 학교는 갈 수 있을까 걱정 말고. 복에 겨운 걱정. 왜 애가 말을 안들을까. 왜 말대꾸를 할까. 왜 편식을 할까 같은?  어느 정상발달아이들도 하는 정상 범위 안에서의 걱정들 말이다. 일상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행복하라는데. 일상이 팍팍해서리 원. 이렇게 하소연이나 할까봐 망설였는데. 이렇게라도 안하면, 뭐. 나는 어떡하라고. 실컷 배설했으니 이제 다시 충전하러 가야지. 나는 사남매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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